[경제포커스] 경고등 켜진 스태그플레이션
2022-02-04 11:27


통계청이 발표한 1월의 소비자물가(CPI)가 전년 동월 대비 3.6% 상승하여 10년 만의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넉 달 연속 3%를 초과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물가(장바구니물가, 생활물가)는 이보다 높은 4.1% 수준이다.

무섭게 치솟은 석유제품(16.4%)뿐 아니라 국민의 생필품인 축산물(11.5%)과 각종 가공식품, 전기료, 전·월세 등 오르지 않는 것이 없는 실정이다. 특히 외식물가는 설 명절이 지난 시점임에도 품목을 가리지 않고 무더기로 오르고 있어 서민의 경제생활을 힘들게 하고 있다. 경기가 침체돼 있음에도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현상에 더해 높은 실업률로 대표되는 불황(slump)과 인플레이션이 공존하는, 이른바 ‘슬럼프플레이션(slumpflation)’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슬럼프플레이션이란 용어는 지난 1970년대 초 제1차 ‘석유파동’ 이후의 세계적 경기 후퇴와 악성 물가상승 현상에 대해 영국의 ‘이코노미스트’가 처음 사용)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전년도의 정부 돈 풀기에 따른 기저효과”와 같은 변명으로 제대로 된 원인 진단보다는 파장 축소에 급급했다. 곳곳에서 지속적 물가상승 시그널이 보임에도 경제수장까지 나서서 ‘일시적’ 현상이니 염려할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내기도 했다. 물가상승에 직격탄이 되고 있는 국제유가 상승에 대응해 한시적으로나마 유류세를 인하하고, 금융 당국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이 거의 유일한 조치로 기억될 정도다.

정치권도 정부 못지않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물가를 자극하는 돈 풀기 경쟁은 여야가 따로 없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고 있음에도 집권당 대선후보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으로 1인당 100만원, 25조 예산”, 최소 15조원의 지역화폐 예산 증액 등 돈 풀기를 요구하더니 1월 추경으로 35조원을 주장했다. 제1야당의 대선후보조차 추경 규모를 45조원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맞장구치고 있는 모양새다. 이러한 ‘현금 살포’ 공약들은 치솟은 물가를 자극하여 국민의 경제생활을 더욱 고통스럽게 할 뿐이다.

과거에는 ‘수요 견인(demand-pull)’ 인플레이션이 주된 경제 문제였다. 경기 호황에서도 치솟는 물가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아왔던 것이다. 그래서 정부의 최우선 정책목표가 총수요를 억제하여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은 스태그네이션(지속적인 저성장) 국면에서 갑작스레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전환하는 측면이 강해 과거의 물가안정대책만으로는 소기의 성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리고 재정지출을 줄여나가야 하지만 자칫 경기침체 가속화의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정부와 정치권이 한몸이 되어 스태그플레이션 위기를 직시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물가안정을 위한 대책들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무엇보다도 대선후보들의 각종 선심성 돈 풀기 공약 남발을 거둬들이거나 적어도 자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례를 찾기 힘든 ‘1월의 추경’과 같은 무분별한 재정지출은 억제하되 서민생활을 안정시킬 구체적인 대안부터 제시해야 한다.

이종인 여의도연구원 경제정책2실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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