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혁명’ 일어날까…역대급 피겨퀸·피겨제왕들의 전쟁
2022-02-04 14:08


카밀라 발리예바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여자 피겨스케이팅의 ‘러시아 혁명’이 실현될까. 역대 최강 드림팀을 자부한 일본 남자 피겨는 포디움 석권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4일 개막하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은반 위의 전쟁’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동계올림픽의 꽃’으로 불릴만큼 피겨스케이팅은 올림픽 때마다 시선을 집중시키지만, 이번 대회는 역대급 피겨 여왕과 피겨 황제들의 총출동에 벌써부터 전세계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남자 피겨는 오는 8일과 10일, 여자 피겨는 15일, 17일 각각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이 펼쳐진다.

여자 피겨는 독보적인 원톱을 비롯한 러시아의 절대 강세가 점쳐진다.

'신기록 제조기' 카밀라 발리예바(15)를 비롯해 안나 셰르바코바(17)와 알렉산드라 트루소바(17)가 시상대를 휩쓸 것이 유력시 되고 있다. 일본의 한 매체는 “러시아 혁명”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압도적인 기량의 발리예바는 금메달 1순위 후보다. 올시즌 시니어 무대에 데뷔했는데, 출전하는 대회마다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얼음 위를 평정했다. 남자 선수들도 어려운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높은 성공률로 수행하고 탁월한 유연성을 바탕으로 한 비점프 요소와 표현력까지 겸비했다. 올시즌 세계기록만 8차례 수립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6차 대회(로스텔레콤 컵)서 기록한 총점(272.71점)과 프리스케이팅 점수(185.29점), 2022 유럽선수권서 기록한 쇼트프로그램 점수(90.45점)이 모두 현재 발리예바가 갖고 있는 세계기록이다. 이번 올림픽서는 금메달 획득 여부보다 세계기록 경신 여부가 더 관심이다.


안나 셰르바코바 [게티이미지]

2020-2021 시즌 세계선수권 챔피언 셰르바코바 역시 메달 후보다. 발리예바가 등장하기 전까지 최고의 자리에 있었다. 올 유럽선수권서 발리예바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쿼드러플 점프와 풍부한 표현력이 일품인 셰르바코바는 러시아선수권을 3연패할 만큼 탄탄한 기량을 보유하고 있다.

여자 선수 최초로 쿼드러플 점프만 5차례를 시도하는 등 어린 시절부터 점프로 화제를 모은 트루소바도 시상대의 한자리를 차지할 전망이다. 2022 유럽선수권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알렉산드라 트루소바 [게티이미지]

미국 스포츠매체 ESPN은 "이들 세 선수 모두 예테리 투트베리제 코치의 지도를 받고 있다. 투트베리제는 2018 평창 올림픽 금·은메달 알리나 자기토바와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를 키워냈다"며 "러시아 피겨는 과거 어느 나라도 해내지 못한 포디움 석권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고 전망했다.

남자 피겨는 94년 만에 올림픽 3연패를 노리는 ‘황제’ 하뉴 유즈루(28·일본)와 ‘점프머신’ 네이선 첸(23·미국)의 대결로 압축된다. 현재는 하뉴가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세계기록(11.82점)을 보유하고 있고, 프리스케이팅(224.92점)과 총점(335.30점) 세계 기록은 첸이 갖고 있다.


네이선 첸 [게티이미지]

4년 전 평창 올림픽에 이어 두번째 올림픽 맞대결이다. 평창에선 하뉴의 완승이었다. 하뉴는 당시 안정적인 기량과 독보적인 연기력을 바탕으로 사상 세번째로 올림픽 2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반면 당시 열아홉의 첸은 긴장한 나머지 쇼트프로그램에서 실수를 연발, 최종 5위로 시상대에 서지도 못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하뉴가 부상과 슬럼프로 주춤한 사이 첸은 급성장했다. ISU 세계선수권대회 3연패, 그랑프리 파이널 3차례 우승 등을 차지했다. 프리스케이팅에서 쿼드러플 점프 5개를 최초로 성공시켜 '쿼드 킹'이라는 애칭을 갖고 있다. 평창의 악몽을 금메달로 날리겠다는 각오다.

하뉴의 메달 색깔은 비장의 무기 쿼드러플 악셀(4회전 반 점프) 성공 여부에 달려있다. 실전에서 전세계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고난도 점프다. 올시즌 일본선수권 우승 때 시도했지만 두 발로 랜딩해 회전수 부족 판정을 받았다.


하뉴 유즈루 [게티이미지]

한때 트리플 악셀(3회전 반 점프)도 못뛸 정도로 슬럼프에 빠진 적이 있다고 털어놓은 하뉴는 "쿼드러플 악셀을 나밖에 하지 못한다면 그걸 해내는 게 내 사명이다. 4회전 반 점프를 무기로 올림픽에 나가겠다. 승리하는 게 목표다"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한편 일본은 하뉴를 비롯해 우노 쇼마(25), 가기야마 유마(19)가 역대 최강 드림팀을 구성했다며, 1972년 삿포로 올림픽 스키점프에 이어 50년 만에 금은동 싹쓸이를 겨냥한다고 밝혔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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