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시각] TV토론에 쏠린 눈
2022-02-07 11:14


제20대 대통령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8일 열기로 합의했던 여야 대선후보 4인의 2차 TV 토론이 무산됐다. 애초 토론회 참석 입장을 밝혔던 국민의힘이 실무 협상에서 토론회를 주관하는 한국기자협회와 생중계를 맡은 JTBC의 ‘정치적 편향성’을 비판하는 동시에 불참을 선언하면서다. 나머지 여야 3당은 “국민의힘은 요구 사항이 대부분 수용되자 또 다른 조건을 내세우는 방식으로 결국 무산시켰다”고 몰아붙였고,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윤석열 후보님, 뭐 그렇게 안 되는 게 많습니까”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TV 토론 실무 협상 과정에서 국민의힘과 나머지 3당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정이 번복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일 지상파 3사가 공동중계한 첫 4자 토론을 앞두고도 여야 4당 후보들이 모두 참여 의사를 밝혔다가 국민의힘이 실무 협상 단계에서 ‘선(先)양자토론, 후(後)4자토론’ 입장을 꺼내 들며 한 차례 진통을 겪은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민의힘 측은 대신 오는 11일 TV토론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선 TV 토론은 대규모 선거 유세가 사라지다시피한 이번 대선 정국에서 후보가 직접 유권자들에게 존재감을 알리는 중요한 자리다. TV 토론이 표심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면 유세가 제한되다 보니 더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지난 3일 진행된 첫 4자 토론이 39%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였다. 15대 대선(55.7%) 이후 최고였다. 이것만 봐도 차기 국정을 이끌어갈 리더십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기대가 짐작된다.

TV 토론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 하는 살얼음판 판세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스윙 보터로 꼽히는 부동층 표심의 향배를 가를 결정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과거 대선들과 다르게 아직 특정 후보 대세론이 형성되지 못하면서 남은 토론이 부동층의 표심을 움직이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부각된다.

TV 토론을 통해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생각과 능력, 도덕성 등을 확인하는 동시에 후보 입장에서는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정치철학과 집권 구상을 알리고 한 표를 호소할 기회를 얻는다. 투표일이 임박해서야 누구를 찍을지 결정을 내릴 유권자들이 예전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어떤 후보에게는 ‘굳히기’ 자리일 수 있고, 어떤 후보에게는 ‘뒤집기’ 발판이 될 수 있다. 한 번이라도 더 TV 토론이 열려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4∼5일 전국 18세 이상 1015명을 상대로 대선후보 TV 토론 횟수를 더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53.9%는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늘릴 필요 없다’는 응답은 40.0%였다.(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일단 중앙선관위가 예고한 법정 TV 토론회는 총 3회(21일·25일·3월 2일)이지만 후보자 간 합의만 된다면 별도의 토론회는 언제든 열 수 있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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