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선거개입? 식물대통령으로 죽은 듯 있으란 말이냐” [종합]
2022-02-10 17:57


청와대 관계자는 10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집권시 적폐청산 수사’ 취지의 발언을 한 데 대해 선거전략 차원이라면 저열하고 소신이라면 굉장히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 후보가 지난 2019년 7월 25일 신임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 뒤 나란히 걷고 있다. [헤럴드DB]

[헤럴드경제=신대원·배두헌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집권시 적폐청산 수사’ 발언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사과를 촉구한 데 이어 청와대도 윤 후보를 향한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국민의힘이 선거개입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는 정당한 반론권 행사라고 반박하면서 윤 후보가 문 대통령 질문에 답변하고 사과하면 마무리될 사안이라고 일축했다.

▶靑관계자 “尹발언, 선거전략이면 저열…소신이면 위험”=청와대 관계자는 1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후보의 문제의 발언에 대해 “선거전략 차원에서 발언한 것이라면 굉장히 저열한 전략”이라며 “만약 소신이라면 굉장히 위험하다. 최소한 민주주의자라면 이런 발언은 하면 안된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청와대가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정치중립과 선거중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대통령을 흔들고 선거판에 불러내 소재로 삼는 것에 대단히 유감”이라며 “이런 것이 일종의 정치적폐이고 구태”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계속해서 개인적 견해임을 전제로 “야당이 문 대통령이 적폐 수사를 주도했다고 공세를 펴고 정치보복한 것 아니냐 얘기를 많이 했다”며 “그런데 윤 후보 인터뷰를 보면 본인이 적폐 수사를 주도했구나, 그렇게 대대적으로 했던 적폐 수사의 주체가 오롯이 윤 후보였구나라는 것을 본인이 분명하게 확인해 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후보는) 대통령이 적폐 수사하라 마라, 누구 구속하라 이런 얘기를 안했다는 것 아니냐”면서 “그런데 본인은 정작 대통령이 되자마자, 되기도 전부터 그런 수사를 하겠다고 공언하면 그게 과연 맞는 것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또 “여야 후보를 막론하고 당선되면 대대적으로 정치보복하겠다고 공언한 후보는 처음 본다”며 “설상 그런 (생각이) 속에 있다 할지라도 대외적으로는 다 부정하는 것이 일종의 관행이다시피 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의힘 측이 선거개입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는 “예상했던 논리”라면서 “왜 선거 개입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윤 후보가 대통령을 겨냥해 한 발언에 대해 대통령이 반론권을 행사한 것인데 선거 개입이라고 하면 대통령은 식물대통령으로 죽은 듯이 직무정지 상태로 있어야 되느냐”고 반문한 뒤 “그렇게 얘기하려면 그런 발언은 안 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대통령으로서는 그런 정도의 책무도 있는 것 아니냐”면서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반론권을 행사하는 것이고 일종의 가짜뉴스에 대한 정당한 해명”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윤 후보의 전날 ‘문재인 정부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계승자라고 하는데 사기라고 생각한다'는 취지의 발언에 대해서도 “답변할 가치가 있는 발언인지 모르겠다”고 일축했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과 문 대통령 간 관계를 많은 국민들이 알고 계시지 않느냐”면서 “그런 인식 자체가 상당히 놀랍다”고 꼬집었다.

▶“文대통령 고민 많이 해”…靑 무거운 분위기=이와 함께 문 대통령이 이날 윤 후보에게 공개 질의를 던지고 사과를 촉구한 내용은 문 대통령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발표된 문장은 대통령께서 직접 쓰신 것”이라며 “메모지에 써 오셔서 저희들에게 준 것이기 때문에 토론이 있었다거나 다른 의견 교환이 있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어제 회의 끝나고 인터뷰 내용을 보시고 오늘 아침 회의 때까지 고심을 많이 하신 것 같다”며 “표정이나 분위기를 짐작컨대 상당히 고민을 많이 하셨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참모들은) 괜히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한마디 하면 논란만 불거지고 엉뚱한 사단이 벌어지니 어지간하면 그냥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있자라는 것이 기조였다”면서 “오늘 대통령께서 충분히 심사숙고한 판단에 의해 그런 말씀을 하셔서 분위기는 매우 무거웠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참모들과 만났을 때는 윤 후보 인터뷰 내용을 자세히 몰랐고 참모들도 따로 보고를 하지 않았는데, 이후 내용을 파악한 뒤에는 상당히 심각한 발언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만 문 대통령이 격앙되거나 격노한 상태는 아니었으며 오히려 차분한 상태였다면서 윤 후보의 발언이 온당한지, 이렇게 가면 맞는지 이성적이고 합리적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이번 사안이 더 이상 확대되기 바라지 않는다며 윤 후보가 결자해지하면 매듭지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 질문에 답변하고 사과하면 깨끗하게 끝날 일”이라며 “더 이상 복잡한 게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윤 후보의 발언이 실언이라고 생각하고, 실언이라고 믿고 싶다”면서 “소모적 논란을 벌이기보다는 결자해지 차원에서 본인이 정리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이런 것을 계기로 대선이 조금 더 미래지향적인 대선, 정책비전을 다루는 경쟁하는 대선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윤 후보 측이 사과하지 않을 경우에 대해서는 “아직 모른다”면서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미리 예단하기는 무리”라며 말을 아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참모회의에서 윤 후보의 문재인 정부 적폐 청산 수사 취지 발언과 관련 “중앙지검장, 검찰총장 재직 때에는 이 정부의 적폐를 있는 데도 못 본 척했다는 말인가, 아니면 없는 적폐를 기획사정으로 만들어 내겠다는 것인가 대답해야 한다”면서 “그리고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수사의 대상·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윤 후보는 전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당선시 문재인 정부를 대상으로 적폐 청산수사를 할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할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관여 안 한다”면서도 “현 정부 초기 때 수사한 것은 헌법과 원칙에 따라 한 것이고, 다음 정부가 자기들 비리와 불법에 대해 수사하면 그것은 보복인가. 다 시스템에 따라 하는 것”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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