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공무원범죄 ‘직권남용’ 72%...기소율은 뇌물의 ‘20분의 1’ 수준
2022-02-11 11:30


공금 11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서울 강동구청 공무원 김모 씨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광진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

공금 11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서울 강동구청 공무원에 대한 검찰 수사가 계속되는 가운데 공무원범죄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공무원범죄 10건 중 7건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직권남용 사건 기소율은 지난해 0.25%로 공무원 뇌물 사건의 20분의 1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무원의 직권남용범죄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큰데, 관련 법령이 너무 좁게 해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11일 헤럴드경제 취재 결과 검찰의 ‘최근 3년간 직무관련 공무원범죄 접수 및 처리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공무원범죄 사건은 총 1만7707건으로 ▷직권남용 1만2806건 ▷허위공문서 3490건 ▷독직폭행 572건 ▷뇌물 521건 ▷횡령·배임 45건 ▷기타 273건 순으로 수리됐다.

가장 많이 접수된 직권남용(72%)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행위다. 지난해 공무원 직권남용범죄의 경우, 32건만이 기소되고 7161건은 ‘기타’, 981건은 ‘혐의없음’으로 처리됐다. 검찰 접수 건수는 사법경찰관 송치·검찰 인지·고소·고발 건수 등을 포함한 수치다.

직권남용 사건 기소율은 0.25%로 뇌물 사건 기소율 5.18%, 횡령·배임 사건 기소율 2.22%과 접수 건수와 비교해 무척 낮았다. 특히 뇌물 사건 기소율과 비교했을 때 20분의1 수준에 그쳤다. 시민들이 상대적으로 기소율이 높은 공무원의 뇌물·횡령·배임범죄가 더 빈번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법무정책연구실장은 “건수가 많음에도 직권남용범죄 기소율이 이렇게 적다는 건 직권남용에 대한 시민들의 체감은 높지만 법이 너무 좁게 해석되는 관행이 여전히 계속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 “고위직 공무원이 직권남용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는 구조적인 특성을 고려한다면 봐주기·면피용 수사 등이 암암리에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공무원범죄의 사건화 자체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공무원 횡령 등 경제 사건 수사 경험이 있는 팀장급 일선 경찰관은 “온정주의 등으로 내부 징계로 끝나고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증거들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혐의 입증이 안 되는 ‘눈 가리고 아웅’식 사건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최근 3년간 접수된 공무원범죄 건수는 2019년 1만9483건에서 2020년 2만1622건, 지난해 1만7707건이었다. 지난해는 전년 대비 약 20% 가까이 줄어들었다. 전문가는 검경 수사권 조정의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실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 여파로 경찰 단계에서 자체 종결되는 사건이 늘어난 것이 공무원범죄 접수 건수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검찰 쪽에서 담당하는 전체 사건 수는 눈에 띄게 줄었지만 경찰의 검찰 송치 사건 수는 큰 변화가 없었다. 대검찰청이 지난 7일 배포한 ‘개정 형사제도 시행 1년 검찰업무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검찰이 인지한 사건(3385건)은 검경수사권 조정 시행 전인 2020년(6388건)에 비해 47% 가까이 줄었다. 검찰에 직접 접수된 고소·고발사건은 각각 2만5005건·6만6906건으로 전년 대비 75.9%, 68.4% 감소했다. 직접 접수 고소·고발사건 중 70%는 경찰로 이송됐다. 반면 지난해 경찰이 검찰로 송치한 전체 사건 수는 2020년의 95% 수준인 123만여 건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김희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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