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깝윤기’에서 ‘믿보’(믿고보는) 곽윤기로…그저 듬직한 맏형의 존재감
2022-02-12 09:03


곽윤기가 11일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준결승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포효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분홍색 머리를 휘날리며 결승선을 통과한 그는 중계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포효했다. 올림픽 무대에 “내가 왔다”는 걸 알리는 화끈한 세리머니였다.

곽윤기가 쇼트트랙 대표팀 맏형이자 베테랑의 면모를 과시하며 한국의 남자 계주 결승행을 이끌었다. 2010년 밴쿠버의 막내가 2022년 베이징의 맏형으로, ‘깝윤기’가 ‘믿보’(믿고보는) 곽윤기로 옹골찬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곽윤기는 11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 5000m 남자 계주 준결승에 황대헌, 이준서, 김동욱과 출전, 막판 짜릿한 역전 레이스를 펼치며 조1위로 결승행을 확정지었다.

곽윤기의 장기가 유감없이 발휘된 레이스였다. 결승선 2바퀴를 남기고 마지막 주자로 이어받은 곽윤기는 '인코스 장인'답게 날카롭게 인코스를 파고들며 폭발적인 레이스 펼쳐 네덜란드를 추월하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곽윤기과 황대허 이준서 김동욱 등 남자계주 대표팀이 결승을 확정한 후 얼싸안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

곽윤기는 "오늘 경기를 앞두고 많은 부담을 느꼈다. 많은 팬이 인코스 추월을 기대하셨는데, 부담 때문에 어젯밤부터 걱정이 컸다"면서 "나보다 긴장한 후배들이 있더라. 나까지 떨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재밌게 긴장을 풀었다"고 말했다.

포효하는 세리머니를 했던 곽윤기는 "사실 준비한 세리머니가 있는데, 정치적인 파장이 있을 것 같아서 참았다"며 "오늘 한 세리머니는 '내가 왔다'라는 의미였다"고 말했다.

곽윤기는 2010년 밴쿠버올림픽서 대표팀 막내로 올림픽에 첫 데뷔했다. 밴쿠버 대회 5000m 계주 은메달을 딴 후 시상식 포디움에 올라 브라운 아이드걸스의 '아브라 카다브라'의 시그니처춤인 ‘시건방춤’을 선보여 큰 화제가 됐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남자계주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한국의 곽윤기가 포디움에서 시건방춤을 추고 있다. [방송캡처]

곽윤기는 당시 “나를 알리고 싶어서 춤을 췄다. 금메달 딴 피겨나 스피드케이팅에 뒤지고 싶지 않았다”고 솔직하게 말해 눈길을 끌었다. TV 예능프로그램서 특유의 끼를 과시해 '깝윤기' 별명을 얻은 것도 이때다.

그러나 곽윤기는 이제 경기장 안팎에서 '믿고 보는' 듬직한 베테랑이 됐다. 총알처럼 인코스를 뚫는 전매특허는 물론 경기장 밖에서도 특유의 활발한 성격으로 대표팀의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특히 대표팀 감독이 없는 상황에서 곽윤기의 리더십은 어느때보다 빛을 발하고 있다. 중국에 기울어진 심판 편파판정에 소신있는 발언을 하며 후배들의 사기와 결속력도 높이고 있다.

곽윤기에겐 이번 대회에 앞서 스스로 부여한 미션이 있다. 바로 남자 계주 '노골드'의 불운을 끊는 것이다. 곽윤기는 "내가 출전한 2010년 밴쿠버 대회부터 노골드가 시작됐다. 내 손으로 꼭 징크스를 끊고 싶다. 금메달이 간절하다"고 했다.

그저 든든한 맏형 곽윤기가 2006 토리노 대회 이후 끊어진 남자 계주 금메달 명맥을 이을 수 있을지 뜨거운 기대가 쏠린다. 한국은 오는 16일 캐나다, 이탈리아, 러시아, 중국과 결승서 메달 색을 놓고 겨룬다.


곽윤기가 11일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준결승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포효하고 있다. [연합]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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