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日 외교장관회담 “北 미사일 규탄…적대적 의도 없어”
2022-02-13 17:38


정의용 외교부 장관(왼쪽부터)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12일(현지시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을 가졌다. [외교부 제공]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한국과 미국, 일본 3국은 12일(현지시간) 북한의 최근 잇따른 탄도미사일 무력시위를 규탄하고 우려를 표명했다.

다만 한미일은 대북 적대적 의도가 없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북한의 대화 복귀를 촉구했다.

또 다양한 글로벌 도전에 맞서 한미일 3국 공조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北 무력시위 속 韓美日 외교장관 하와이 집결=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이날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3국 외교장관회담을 가진 뒤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3국 외교장관은 성명에서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이러한 행동들이 불안정을 야기하고 있는 점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 3자간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제사회가 북한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완전히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며 “북한이 불법적인 활동을 중단하고 대화에 나올 것을 촉구했다”고 명시했다.

특히 “한미일이 북한에 대해 적대적 의도를 보유하고 있지 않음을 강조하고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만나는 데 대해 지속적으로 열린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한미일 외교장관이 다자회의 계기가 아닌 별도의 일정과 장소를 따로 잡아 만난 것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북한이 잇단 탄도미사일 무력시위에 더해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모라토리엄(유예) 철회까지 예고하고 나서자 한미일 3국 공조를 다지면서 일치된 대북메시지를 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이날 회담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미얀마 사태, 기후 위기, 글로벌 공급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다양한 이슈를 다뤘는데 북한문제와 한반도문제의 비중이 절반 가량 차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블링컨 장관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잇단 미사일 무력시위에 대해 “우리는 북한에 책임을 물을 방법을 찾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압박했다.

그는 다만 “분명 북한이 추가로 도발적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배제하지 않는다”면서도 대화와 외교를 통한 문제해결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정 장관은 “북한이 스스로 결정하고 국제사회에 약속한 모라토리엄 파기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크게 우려한다”며 “북한이 이런 위협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미일 외교장관은 공동성명에서 규범에 기반한 경제질서 강화, 인도·태평양 지역 번영 보장, 현 상태 변경 및 역내 긴장 고조 행위 반대, 유엔 해양법 협약 및 국제법 준수, 그리고 민주적 가치와 보편적 인권 존중 등 다분히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분야에서의 3국 협력도 강조했다.

공동성명은 특히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향후 중국이 반발하고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미일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호놀룰루를 방문중인 정의용 외교부 장관(왼쪽)은 12일(현지시간)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가졌다. [외교부 제공]

▶北 수용 가능한 새 韓美 관여 방안 주목=정 장관은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같은 날 바이든 장관과 하야시 외무상과 각각 한미 외교장관회담, 한일 외교장관회담도 가졌다.

먼저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선 북한의 최근 연이은 미사일 무력시위에 우려를 표명한 데 이어 한반도 상황의 악화를 막고 북한과 조속한 대화 재개를 위한 긴밀한 공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특히 한국은 한반도정세가 변곡점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에 새로운 관여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나 향후 미국과 북한의 호응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한미·한일·한미일 외교장관회담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측이 몇 가지 방안을 제안했고, 그에 대해 미 측이 상당히 경청했다”며 “현재로서는 구체적 내용을 밝힐 수 없는데 앞으로 한미 간 협의를 계속해 적절한 계기에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미국이 언제, 어디서나, 조건 없는 대화를 얘기해왔는데 북한의 반응이 없었다”며 “다시 한번 상황을 재점검하고 그에 더해 엄중한 상황에서 진짜 관여하려면 어떤 게 필요한지에 대해 얘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미 측의 반응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지 않았다”면서 “오늘 우리의 생각이 전달됐고 이러한 생각들에 대해 정리하고 결정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이 미국에 전달한 제안이 북한도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수용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우리도 검토를 하지 않았겠느냐”면서 “얼마나 유효한 방안이 될지, 얼마나 상황을 타개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을 지에 대한 나름 검토를 한 후 의견을 전달한 것이기 때문에 잘 이뤄지면 성과가 있을 수 있다고 내부적으로 보고 있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정 장관은 이날 호놀룰루에서 하야시 일본 외무상 취임 후 첫 한일 외교장관회담도 가졌다.

정 장관과 하야시 외무상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조기 재가동을 위한 대북대화의 필요성과 한일·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앞으로도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일본의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을 비롯한 일본군 강제징용과 위안부 피해자 등 역사문제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등을 둘러싸고 이견을 확인하기도 했다.

정 장관은 이 자리에서 하야시 외무상에게 강제징용 및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한 한국의 입장을 다시 설명하고 피해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해법을 찾기 위한 외교당국 간 협의 가속화를 제시하면서 일본의 사도광산 세계유산 추진에 강한 유감과 항의의 뜻도 전달했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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