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럴 당 100달러에 근접한 국제유가…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하면?
2022-02-14 10:21


미국 텍사스주 퍼미안 분지에 엤는 원유 시추기 모습. [로이터]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이 커지면서 만일의 사태 시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 중단에 따른 충격을 완화할 만큼 국제 원유 생산량은 충분치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1% 오른 배럴 당 94.05달러를 기록, 최근 상승세를 이었다. 우크라이나 위기 관련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배럴 당 100달러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는 모양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경제가 팬데믹(대유행)에서 서서히 회복하면서 석유 수요가 증가해도 시장에서 원유 시장 충격은 적었지만, 세계 3위의 산유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분쟁으로 인해 에너지 수출에 차질을 빚을 경우 수급 균형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투자은행 코웬에 따르면 러시아의 일일 원유 생산량은 약 500만 배럴로, 전세계 일일 원유 생산량의 12%를 차지한다. 또 석유 연관 제품 생산은 하루 250만 배럴로, 세계 시장점유율은 10%이다. 또 러시아 석유 수출의 60%는 유럽, 30%는 중국으로 공급된다.

이처럼 비중이 큰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가 공급에 차질을 빚을 경우 에너지 상품 가격이 급등하고, 다양한 소비재 가격이 따라 오르는 등 연쇄 반응을 일으켜 인플레이션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다.

미국 컨설팅업체 리포우오일의 앤디 리포우 대표는 "시장은 이제 오펙플러스(OPEC+·석유수출국기구를 포함한 산유국 협의체)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생산을 회복할 수 있을 지 의문을 가지고 있다"면서 오펙플러스 내에서 상당한 양의 예비 생산 능력을 보유한 곳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2개국 뿐이라고 지적했다.

만일의 사태 시 석유 보다는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출 중단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러시아는 하루 약 230억㎡의 가스를 수출하는데, 이는 전세계의 25%에 해당한다. 러시아산 가스의 85%는 유럽으로 수출된다. 코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가스관을 통한 유럽행 러시아산 가스 수송은 하루 최대 40억㎡이 가능한데, 우크라이나 위기로 인해 현재 수송은 최대 수송력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서방의 대 러시아 제재로 러시아산 에너지 수출길이 막힐 경우 러시아 자체로도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된다.

미국 투자은행 레이몬드 제임스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 예산의 절반 가량은 석유와 가스 연관 수입이다. 핵심제재인 '노르트스트림2'(독일-러시아간 가스 직결관) 승인이 나지 않을 경우 이 프로젝트 운영 중단으로 인해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이 입는 손실액은 110억달러(13조 1800억원)에 이른다.

러시아 에너지 산업을 겨냥한 직접적 제재가 아니더라도 어떤 제재로도 원자재 시장에서 녹온(Knok-on·연쇄)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가령 금융 부문 제재로 인해 러시아 에너지 기업들이 운영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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