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전쟁, 여성이 싸운다”…우크라 여군 최전선
2022-02-18 09:50


지난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루간스크주(州) 포스파나 외곽 최전방에서 한 우크라이나 정부군 소속 여군이 손 거울을 보고 있다. 손 등 위에 '싸움이 없으면 영광도 없다'(No fight no glory)라고 쓴 문신이 눈에 띈다. [AP]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위협이 최고조에 이르면서 국경 최전방에 배치된 여성 군인들이 외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친(親) 러시아 분리주의 세력과 정부군과의 분쟁이 8년간 이어지는 동안 노후한 군대 재건과 함께 여성의 역할이 큰 변화를 겪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여군의 위상 변화를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여군은 3만2000명으로 전체 군인의 15% 차지를 차지한다. 이들은 현재 정규군 또는 시간제, 새 영토방위 군으로 복무 중이며, 돌격부대, 전투 의무병, 저격수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 중이다.

이는 이전과는 크게 달라진 위상이다. 우크라이나에서 여성은 1993년부터 군 복무가 시작됐음에도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합병 전까지는 존재감이 없었다.

한 여성 하사관은 WSJ에 2014년 동부 루간스크주(州) 전투에서 남성 지휘관이 자신의 전투 참가를 허락하지 않자 성별을 숨기기 위해 검은색 방한모를 뒤집어 쓰고 참전해 전투 베테랑이 됐지만 1년 뒤 고향인 서부로 돌아갔을 때 우크라이나 군이 발급한 문서에는 자신의 역할이 재봉사로 기재돼있었다고 털어놨다. 당시 군대는 직접 전투에 여성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아 참전 여군들은 청소부나 요리사, 재봉사 등으로 기록됐다.

이후 많은 여성 참전용사들의 노력으로 2017년 우크라이나 군대도 마침내 여성에게 문호를 개방해 62개 전투기지에 여성 입대를 허용했다. 크림반도 전투에서 수많은 남성들이 사망하고, 생존자들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우울증 등으로 군 복무가 어려워지면서 군대도 여성 인력 활용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보수적이던 군대도 그 사이 크게 변화했다. 군 병원에 예전에는 없던 산부인과 전문의가 생겼고, 2020년에는 핑크색을 시작으로 군 표준 여성 속옷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 성차별과 성희롱 방지를 위해 젠더 자문관이 400개 군 기지에 지정됐다.

한 1급 여성 병사는 WSJ에 “최전선에서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다”며 “나는 그저 막사로 걸어가서 제복을 입고 화장 가방을 챙길 것이다. 그런 다음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이동할 것이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우크라이나 여군 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러시아의 위협이 늘고 동-서 분쟁이 극심해지면서 작년 12월에 우크라이나 정부는 다양한 직종의 18~60세의 건강한 여성이 징병에 등록하고, 전면전이 발발할 경우 동원할 준비를 갖추도록 하는 법령을 발표했다.

한편 팔레스타인과 장기 분쟁 중인 이스라엘의 경우 여성과 남성이 함께 군대에 징집되며, 영국은 2018년에야 여성에게 모든 입직 경로를 허용했다. 미국은 2015년에 군대 내 모든 직위를 여성에게 개방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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