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판세 결국 ‘MZ 표심에’…2030 ‘세대투표’가 키 쥔다
2022-02-18 11:50



서울 민심을 얻기 위한 대선 후보들의 발길도 더욱 바빠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7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유세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위쪽 사진)와 같은날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유세하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서울 유권자 중 18~39세 연령층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보름여 앞둔 대선에서도 ‘세대 투표’가 지역 민심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된다. 학생부터 취업준비생, 젊은 직장인, 신혼부부, 초·중등 학부모층까지 포괄하는 서울의 청년계층은 부동산·일자리·육아·교육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갈등과 고통을 이중 삼중으로 겪고 있는 유권자들이다. 이 때문에 특정 분야의 이슈나 관심사보다는, 다양한 문제가 중첩돼 나타나는 세대 공통의 투표 성향이 대선 판세에는 더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접전을 벌이는 최근 일련의 여론 조사에서 서울에선 전국 단위보다 더 격차가 크게 윤 후보의 근소 우세 경향이 확인되고 있다. 또 서울과 2030세대에서 두 후보의 등락이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동조 현상도 나타났다.

▶높은 정권교체론 속 尹 우세=최근 여론조사에서 서울 지역의 경우 윤 후보의 우세 흐름은 뚜렷하다. 지난 17일 발표된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 여론조사(입소스·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15~16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2006명 대상 조사)에서 전국적으로는 이 후보(35.2%)와 윤 후보(39.2%) 격차가 4%포인트로 오차범위 내 승부였지만, 서울에선 이 후보(30.0%)와 윤 후보( 41.8%)의 격차(11.8%포인트)가 크게 벌어졌다.

같은 날 발표된 NBS전국지표조사(14~16일)에서도 서울지역 지지율 격차는 11%포인트였고, 지난주 한국갤럽 자체 정례조사(8~10일)에서도 전국적으로는 1%포인트 차 박빙이었음에도 서울에서는 무려 15%포인트 격차를 보였다.

앞서 국민의힘의 극한 내홍 속 이 후보가 골든크로스를 이뤄냈던 지난 1월 첫주 리얼미터·오마이뉴스 정례조사에서도 전국적으로는 이 후보(40.1%)가 윤 후보(34.1%)를 6%포인트차로 앞서면서도, 서울에서는 36.4%대 37.0%로 오히려 윤 후보에 미세 열세를 보이기도 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타지역 대비 월등히 높은 서울 2030 비중 ‘주목’ = 서울에서의 판세는 집값과 부동산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지역적 특수성이 가장 결정적이라는 것이 그동안의 분석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세대별 인구 구성의 특수성도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은 2030세대 청년인구(만18~19세 포함) 비중이 중장년층(4050세대), 노년층(6070세대 이상) 보다 더 높은 청년 밀집 지역이기도 하다.

헤럴드경제가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연령별 인구현황)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지난달 기준 서울의 2030세대 인구는 300만명 가량으로 서울 전체 만 18세 이상 인구(823만명) 중 36.5%를 차지했다. 4050세대(293만명·35.7%), 6070세대(80세 이상 포함, 229만명·27.8%)보다도 많은 비중이다. 전체적인 청년인구 감소 추세 속에서도 2030 집단의 규모가 이 같은 비중을 유지한 데는 이번 대선에서 처음으로 만 18세에게 투표권이 부여된 것도 작용했다.

특히 지방권역인 충청(대전·세종·충남·충북) 31.8%, PK(부산·울산·경남) 29.8%, TK(대구·경북) 28.7%, 호남(광주·전남·전북) 28.9%과 비교하면 서울의 2030 비중은 최대 7.8%포인트 가량 많다. PK와 TK, 호남지역 등에서 2030 비중이 4050세대는 물론 6070세대보다도 적은 것과 대조적이다.

결국 서울에는 민주당이 고전하고 있는 2030세대가 많기 때문에 민심이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고도 해석이 가능한 지점이다.

▶與 서울시당 내부 보고서도…“2030 이탈율 가장 높아”= 민주당 서울시당이 지난달 말 만든 ‘서울시 유권자 인식조사’ 내부 전략 보고서에도 서울민심 이탈의 핵심이 2030세대라는 분석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보고서에는 서울에 사는 2030세대에서 정권심판론이 우위에 있고, 특히 2030 남성들의 정권심판론은 64~68%로 압도적이라고 분석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국면에서 ‘촛불동맹’의 핵심 축이었고 지난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했던 지지층 중 현재 이탈한 ‘이탈률’이 2030세대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도 했다.

2030 여성의 경우는 민주당 지지층에서 이탈해 무당파·제3당(정의당)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으나, 2030 남성은 국민의힘으로의 전향이 21~25%에 달했다. 직업별로도 ‘학생’이 총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했던 유권자 중 37%만이 지지를 유지해 전 직업군 중 최저 수준을 보였다. 보고서는 “서울이 정권심판론의 진원지”라면서 “이대로 가면 서울은 빨간 색”이라는 경고가 담겨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서울은 2030 비중이 타 지역 대비 가장 높고, 또 가장 첨예하게 세대효과와 젠더 이슈에 노출돼있는 ‘세대·젠더 이슈의 최전선’이기 때문에 2030이 민심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고 볼 수 있다”면서 “아무래도 서울이 경쟁도 가장 심하고, 부동산-자산격차도 가장 심하고. 남녀 간 젠더 이슈를 받아들이는 정서도 가장 예민하기 때문에 2030이 강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배두헌 기자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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