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SVOLT’의 배터리. [SVOLT 홈페이지]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코발트 제로’ 배터리를 향한 글로벌 기업들의 기술 경쟁이 거세지고 있다.
코발트는 전기차 배터리의 부피와 무게를 줄이고, 안정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희귀 금속이다. 다른 금속에 비해 채굴 지역이 한정적이고, 채굴 과정도 쉽지 않아 가격이 비싸다.
이에 글로벌 배터리 회사들은 값비싼 코발트의 비율을 줄이고, 대체 원재료를 활용한 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공업신식화부가 최근 발표한 제353차 ‘자동차 생산기업 및 제품 공고’, 소위 신차 명단에는 중국 배터리 업체 SVOLT의 코발트 제로 배터리를 탑재한 창청자동차의 ‘오라’ 브랜드 전기차 ‘라이트닝캣(闪电猫)’이 포함됐다.
공신부가 지난해 발표한 제346차 신차 명단에도 SVOLT의 코발트 제로 배터리를 탑재한 오라 ‘체리캣(樱桃猫)’ 전기차가 처음으로 등장한 바 있다.
체리캣에는 82.5kWh의 코발트 제로 배터리가 탑재, 완충시 600㎞ 주행이 가능하다. SVOLT의 코발트 제로 배터리는 75%의 니켈과 25%의 망간으로 구성됐다.
주요 배터리 회사들이 채택하고 있는 NMC(니켈·코발트·망간)을 사용하는 삼원계 배터리보다 수명이 길면서도 가격은 5% 저렴하다는 게 SVOLT의 설명이다.
SVOLT는 창청자동차의 전기차에 코발트 제로 배터리를 공급한 것을 시작으로 향후 글로벌 자동차 기업에도 코발트 제로 배터리를 공급할 계획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15~20%에 달하던 코발트 비중을 5%까지 낮추는 등 코발트 제로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SDI는 코발트 비중 5%, 니켈 함량 88%인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를 적용한 ‘젠5’ 배터리를 지난해부터 BMW에 공급하고 있다. 니켈 비중을 90% 이상까지 끌어올린 ‘젠6’ 등 차세대 배터리도 개발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코발트 비율을 5% 이하로 낮추고 니켈 함량을 90%로 높인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배터리를 개발했다.
SK온도 코발트 함량을 5%로 줄인 NCM(니켈 90%·코발트 5%·망간 5%) ‘구반반 배터리’를 선보였다. 구반반 배터리는 올해 상반기 출시될 포드 전기차 모델 ‘F-150 라이트닝’에 탑재된다.
글로벌 기업들이 코발트에 줄이기에 집중하는 이유는 코발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데다, 특정 국가에 생산량이 집중돼 있어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아서다.
한국광물자원공사의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코발트 가격은 t당 7만725달러(약 8455만원)로, 지난해 1월 4일 3만3000달러에서 114%가량 증가했다.
또 코발트의 경우 콩고 민주 공화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67%를 차지할 만큼 한 국가에 생산이 집중돼 있다. 콩고의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이 출렁일 수도 있다. 더불어 채굴 과정에서 아동들의 노동 착취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변동성이 크고 비싼 코발트의 함량을 낮추거나 혹은 대체할 경우 배터리 업체들은 원가 경쟁력 측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jiy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