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安 단일화,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다?…남은 불씨는 ‘톱다운’ 담판
2022-02-21 09:18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6일 저녁 천안 단국대병원에 마련된 국민의당 고 손평오 논산·계룡·금산 지역선대위원장의 빈소를 조문한 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를 위로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제안한 야권 단일화 협상 철회를 선언하면서 시계제로 상태에 접어들었다. 안 후보가 전날 기자회견에서 윤 후보를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 완주 의사를 밝혔지만, 21일 국민의힘에서는 윤 후보 책임론을 막고 정권교체 여론 결집을 위해 단일화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안 후보는 전날 오후 1시30분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이제부터 저의 길을 가겠다”며 “단일화 제안으로 혼란을 느낀 국민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양해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제안한 지 7일 만에 철회를 한 것이다. 안 후보는 “윤 후보에게 본 선거 3주의 기간 중 일주일이라는 충분한 시간을 드렸다”며 “단일화가 성사되지 못한 책임은 제1야당과 윤 후보에게 있음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안 후보의 발표가 “의아하다”는 분위기다. 양측은 그동안 단일화 협상을 위한 소통을 계속해온 데다 전날 오전 10시 후보 간 통화에서도 단일화 철회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는 것이다.

윤 후보 측 입장을 종합하면 이날 통화에서 윤 후보는 안 후보에게 유세차량 사망사고로 상을 치른 안 후보에게 고생했다는 위로의 말을 전하면서 “일주일 동안 실무자들이 수시로 만나 의사전달을 했으니 우리가 만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안 후보는 “실무자들끼리 확정이 되면 만나는 게 맞다”고 했고, 윤 후보는 “담당자를 정해 연락을 달라”고, 안 후보는 “나중에 다시 전화하겠다”는 취지로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안 후보가 기자회견에서 “저는 상을 마친 어젯밤(19일) 더 이상 답변을 기다리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밝힌 것도 “납득이 잘 안 간다”고 밝혔다. 19일 밤 단일화 철회를 결심했다면 20일 오전 통화에서는 왜 이와 관련한 언급이 없다가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적으로 언급했느냐는 것이다.

또 안 후보는 “우리 당이 겪은 불행을 틈타 상중에 후보 사퇴설과 경기지사 대가설을 퍼뜨리는 등 정치 모리배의 짓을 서슴지 않았다”며 “열망을 담아내고자 한 진심은 상대에 의해 무참하게 무너지고 짓밟혔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방송에서 유세차량 사망사고와 관련해 안 후보가 대선 완주 의사를 밝히자 “국민의당 유세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들어가기 전에 유서 써놓고 가시나”라고 한 발언 등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관계자는 “대의와 협상 파트너는 윤 후보”라며 “이 대표를 이유로 하는 것은 명확하게 납득될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 결렬을 선언하고 있다. [연합]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거대 여당에 맞서 정권 운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최대한 격차를 벌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지율이 오차범위 안팎에서 요동치는 상황에서 안 후보의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흡수하는 것이 유리하다. 또 윤 후보가 ‘정권교체’ 여론을 온전하게 가져오지 못한 상황에서 안 후보의 독자 완주로 정권교체 여론이 분열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아울러 안 후보가 단일화 협상 결렬의 책임이 윤 후보에게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윤 후보 책임론’으로 여론이 흐르는 것을 차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단일화 결렬이 그 원인으로 지목돼 윤 후보의 통합 능력에 대한 비난으로 내부 분열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안 후보를 향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 역시 국민의힘에서는 달가운 일은 아니다. 자칫 윤 후보가 이루지 못한 '통합'의 모양새를 이 후보 측이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윤 후보는 안 후보의 단일화 철회에 대해 예상 시나리오 내에 있었다는 반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선대본부는 단일화 불씨가 꺼지지는 않았다고 판단, 사전투표 전날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안 후보가 기자회견 후 취재진과 만나 “지금 연락을 받고 지금부터 (실무선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물리적, 시간적 가능하지가 않다”고 밝힌 만큼 ‘톱다운’ 방식은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민의힘은 단일화 철회를 놓고 국민의당 내분 상황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안 후보의 기자회견으로 당분간 단일화 논의는 소강상태가 지속되겠만, 의연하게 대처하겠다는 것이 대응 기조다. 선대본부 핵심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에 “정치는 생물이고 여의도에는 ‘꺼진 불도 다시보자’라는 이야기가 있다”면서도 “지리멸렬하게 하면서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대선 기간의 하루라는 시간은 평소에 한 달 이상의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이라 변화의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담판 가능성은 살아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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