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李, 비호감은 고민…몰표는 아닐 것” [호남 민심 르포]
2022-02-21 11:20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지난 19일 전북 전주시 전북대학교 앞에서 열린 ‘새로운 전북의 미래, 균형발전의 중심 전북!’전주 집중 유세에서 지지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순천·목포·나주·광주·익산·전주)=배두헌 기자] “나는 우리 이재명 후보를 지지허지만, 이번에는 예전처럼 호남에서 90% 이상은 안 나올 거 같다는 얘기가 많아요.”

지난 1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집중 유세가 열린 전북 익산역 앞 광장. 뒷편에서 유세를 지켜보던 시민 김종비(62)씨는 자신이 느끼는 현재 호남 민심의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주변 어르신들도 그렇게 보느냐’고 묻자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익산에 30년째 살고 있다는 김씨는 “지금 학생들이나 20대는 진영논리를 별로 안 따진다. 그게 어떻게 보면 맞는 것이기도 하고”라며 “그래서 우리 이재명 후보가 지금 박스권에 갇혀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제는 지역갈등도 벗어날 때가 되지 않은가”라고 덧붙였다.

여전히 ‘호남 몰표’를 전망하고, 기대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이 후보를 보러 군산에서 익산까지 왔다는 설경환(65)씨는 호남 민심을 묻자 “에이 무조건 (이재명) 몰표지”라며 “아까 연설에서도 여태까지 서민들 위해 많이 힘 쏟은 거, 실적을 강조했잖느냐. 대통령 되시면 사이다처럼 시원하게 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함께 온 나인숙(65·여)씨도 “무조건 이재명 후보를 민다”고 했다. 지지 이유를 묻자 “경제대통령”이라고 답했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 대해서는 “검찰정부로 갈 것 같아서 안된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 후보는 지난 18~19일 ‘진보의 심장’이자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을 1박2일 일정으로 돌며 압도적인 지지를 몰아달라고 호소했다. 험지에서 양복 차림으로 유세를 했던 것과 달리 파란색 민주당 점퍼를 입은 이 후보는 전남 순천, 나주, 목포 등을 돌며 연설 때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언급하기도 했다. 위기극복(IMF), 평화(남북관계) 등의 주제는 물론 윤 후보가 ‘정치보복’을 공언했다고 비판하면서도 DJ의 통합과 화해의 정신을 대비시켜 지역 민심을 자극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18일 저녁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광주 정 신으로 미래를 열어주십시오’ 집중유세에서 지지자와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

특히 이 후보는 민주화의 성지인 광주 유세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에 맞춰 연단에 오르며 비장미를 한층 더했다. 그럼에도 젊은층 사이 심상찮은 기류는 뚜렷하게 감지됐다. 이 후보 연설 후 즉석 질문 기회를 잡은 26세 전남대 학생이 “대형쇼핑몰이 없는 게 광주정신이냐”고 돌직구 질문을 날린 것이다.

발걸음을 멈추고 5·18민주광장 뒷편에서 유세현장을 지켜보고 있던 20대 여성들에게도 분위기를 물었다. 김모(25·여)씨는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주변 친구들도 아직 다 모르겠다고 하더라”고 했다. 무엇 때문에 마음을 못 정했는지 묻자 “이재명 후보에 대한 비호감이 좀 있어서 고민스럽다”고 했다. 그는 지난 2017년 대선을 묻자 “그때는 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다”고 답했다. 심모(25·여)씨도 “당보다 사람을 보고 뽑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슈가 된 ‘대형쇼핑몰’에 대해서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호남 청년의 표심 이탈이 과장됐다는 반박도 나왔다. 19일 오후 전주 전북대 정문 앞 유세 현장에서 만난 최제열(44)씨는 ‘호남 2030세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질문에 “아니다. 제가 직장에서 20대 신입사원들한테 물어보면 그런 생각 전혀 안하더라”며 “(청년층) 지지율은 다 가짜뉴스고 언론에서 만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이어 “윤석열은 전혀 생각도 안한다”며 “주 120시간 일을 어떻게 하겠느냐.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윤 후보의 대형쇼핑몰 공약과 관련해서도 “그걸 전통시장 가서 얘기하는 게 대체 뭐냐”며 “서민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무조건 20~30대만 공략하려고 하는 정치 플레이”라고 말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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