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은행들, 서방 경제제재 대비...지난해부터 외화 2배 비축했다
2022-02-22 11:31


미국 1달러 지폐와 러시아 1루블 동전의 모습. [로이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이 고강도 경제 제재에 나설 것을 대비해 러시아 은행들이 지난해 예년의 2배에 육박하는 외화를 도입·비축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러시아 신용평가사 ACRA의 추산 결과 러시아 은행들이 지난해 12월 50억달러(약 5조9625억원) 규모의 외화를 도입했다.

이는 1년 전 같은 달 기록한 외화 도입 규모인 26억5000만달러(약 3조1601억원)의 2배 가까운 수준이다.

발레리 피벤 ACRA 선임 이사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각 은행이 러시아 중앙은행에 매달 제출하는 금융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1월에도 외화 도입 규모가 21억달러(약 2조5043억원)에 달했다”고 말했다.

CNN비즈니스는 러시아 은행들이 도입한 외화는 주로 미 달러화(貨)로 구성돼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러시아 은행들의 움직임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미국과 서방 국가들의 강도 높은 제재를 대비하기 위한 선제 조치로 해석된다. 국제 금융시장의 기축통화인 미 달러화 공급이 충분치 못할 경우 수입을 비롯한 각종 무역은 물론 대외 금융 업무 등에 전반적으로 차질이 불가피해 경제 전반에 심각한 충격이 미치게 된다. 앞서 지난 2014년에도 러시아는 크림반도 강제 병합을 앞두고 180억달러(약 21조4650억원) 규모의 외화를 긴급 도입한 바 있다. 이번에 들여온 외화 규모는 당시와 비교하면 크게 적은 수준이다.

러시아 중앙은행과 재무부 등 금융 당국은 대규모 외화 도입 사실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외신들의 요청에 답변하지 않았다. 미국과 서방국의 제재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스베르뱅크, VTB뱅크, 브네시코놈뱅크(VEB), 가스프롬뱅크 등 러시아 시중 은행들도 관련 사실에 대한 확인 요청을 거부했다.

로이터는 러시아 내부 소식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러시아 시중은행들이 서방의 제재가 닿지 않는 곳을 통해 더 많은 외화를 도입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로이터는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 행정부가 제재 대상에 오르는 러시아 은행 등이 미 금융기관을 통해 국제결제 업무를 할 수 있게 하는 ‘외화 결제(환거래) 제휴은행’ 업무를 막아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또, 미 행정부가 러시아의 특정 개인과 업체를 ‘특별지정 제재 대상(SDN)’ 명단에 올리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소식통들은 덧붙였다.

다만,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러시아를 배제하는 조처는 초기 제재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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