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가스프롬 직접 제재한 美…수출 등 ‘초강력 통제’ 임박
2022-02-24 11:28


독일 북부 루프민에 완공된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유럽과 러시아의 합작 프로젝트지만 소유권은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이 갖고 있다. 완공 시 독일의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는 70%로 높아져 미국은 이 프로젝트의 승인을 반대해왔다. [AP]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이 임박하면서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를 꺾기 위한 서방의 초고강도 제재가 펼쳐지고 있다. 이는 러시아 뿐 아니라 전세계에 에너지·식량 안보 위기를 심화시킬 수 있어 앞으로 제재 전개 상황과 시장에 미칠 파급 효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냉전’ 시대 진입과 함께 독일과 러시아의 110억달러(13조원) 합작 프로젝트 ‘노르트스트림2’는 종말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나는 오늘 ‘노르트스트림-2 AG’와 그 기업 임원들에 대해 제재하라고 지시했다”며 “이 조치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행동에 대응한 우리 초기 조치의 일부”라고 말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가스에서 벗어나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전환하라는 엄청난 동기를 전 세계에 제공했다”고 비꼬았다.

이번 제재는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2’ 건설을 주관한 스위스 소재 기업 ‘노르트스트림-2 AG’과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 마티히어스 바니히이다.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이 이 기업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으므로 미국의 제재는 가스프롬을 직접 겨냥한 것이다.

‘노르트스트림2’는 러시아 북부에서 발트해저를 거쳐 독일을 직접 연결하는 가스관이다. 길이는 1207㎞에 이르며 연간 550억㎥ 가스 수송능력을 갖췄다. 2015년부터 추진, 5년간 110억 달러를 들여 지난해 완공했다. 애초 오는 10월 승인이 예정됐다. 완공하면 독일에서 러시아 가스는 7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건설비는 가스프롬과 유럽기업이 5대 5대로 부담했지만, 소유권은 가스프롬이 갖고 있다. 유럽기업으로는 영국·네덜란드 합작사 셸, 오스트리아 석유회사 OMV, 프랑스 에너지 회사 엔지(Engie), 독일 에너지 기업 유니퍼(Uniper)와 빈터샬(Wintershall) 등이 참여했으며 이들도 손실이 불가피해 제재의 간접 피해를 받게 됐다.

미국이 이 가스관 주관사를 직접 제재할 수 있게 된 건 앞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승인 절차 중단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성명에서 “러시아의 행동에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긴밀한 파트너십과 지속적인 헌신을 해 준 숄츠 총리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미 당국자는 “이번 제재로 사실상 공사 완료 후 인증만 기다리던 노르트스트림-2 프로젝트는 종말을 고했다”고 말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장기적으로 러 ‘에너지 무기화’를 시도를 좌초시켰다는 평가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가 분명히 했듯이, 러시아가 계속 긴장을 고조시킨다면 우리는 추가 조치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제재 강화를 시사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에 따른 책임을 물어 러시아 정치인들도 줄줄이 제재를 받는다.

유럽연합(EU)은 이날 러시아 국방장관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비서실장, 하원의원 등을 겨냥한 제재를 채택했다.

제재 명단에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안톤 바이노 크렘린행정실장(대통령 비서실장), 니콜라이 예브메노프 해군 사령관,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 러시아 관영 TV ‘러시아 투데이’(RT) 방송 보도본부장 마르가리타 시모니얀 등이 포함됐다. 또 우크라이나 동부 분리지역 2곳의 독립 승인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러시아 하원 의원 351명 전원이 포함된다. 이로써 제재 대상은 개인 555명, 52개 단체로 늘어나게 됐다. 제재는 이날 관보에 실리는 대로 발효된다.

한지숙 기자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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