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만 깊어진 단일화 협상…尹 “그쪽 이유 없어” vs 安 “일방적 까발려”
2022-02-27 19:36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측이 27~28일 단일화 협상을 벌였지만 결렬되고 말았다. 양측은 협상 추진과 공개 과정 등을 둘러싸고 감정싸움 양상을 보이는 등 오히려 협상 전보다 골이 깊어진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자료사진. [연합]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불과 열흘 앞으로 다가온 제20대 대통령선거가 초박빙 판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최대 변수로 꼽혀온 야권 단일화가 파국 국면에 직면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측은 전날부터 27일 새벽까지 단일화 협상을 벌였지만 협상 성격과 의제, 주체 등을 둘러싸고 엇갈린 주장을 펼치면서 오히려 갈등만 증폭된 모양새다.

▶‘협상 전권 대리인’ 양측 주장 달라=윤 후보는 이날 예정된 유세 일정까지 취소하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긴급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막후에서 진행된 단일화 협상 추진 과정과 결렬 상황을 상세히 공개했다.

그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과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양측에서 전권을 부여받은 대리인으로 나서 전날 오후와 이날 새벽까지 두 차례 협의를 진행했다면서 “저는 오늘 이 시간까지 안 후보와의 단일화를 위해 진실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왔다”며 “저와 안 후보 회동 일정 조율만 남은 상태였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 아침 9시 최종 협상 결렬 통보를 받았다”며 결렬 이유에 대해서는 “선거대책본부에서도 최대의 관심을 갖고 지켜봤는데 이유는 저희도 알 수 없다. 그쪽에서도 ‘이유를 모르겠다’, ‘특별한 이유는 없는 것 같다’는 답변을 받았을 뿐”이라고 전했다.

반면 안 후보는 전남 여수 오동도 이순신광장 유세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 아침 (윤 후보 측에서) 전해온 내용을 듣고 그 내용이 별반 차이가 없어서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 전부”라며 협상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13일 야권 후보 단일화를 제안했는데 가타부타 전혀 대답이 없었고 20일 더 이상 기다리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선언했는데 어제 갑자기 연락이 왔다”며 “한번 얘기해보자는 제안이었다”고 부연했다.

윤 후보는 이번 협상에 대해 사실상 최종합의안까지 도출했다며 무게를 실었지만, 안 후보는 상대방에서 만나자고 요청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들어보는 수준이었다고 격하한 셈이다.

양측은 단일화 협상에 나섰던 주체의 성격에 대해서도 시각이 엇갈렸다.

윤 후보는 장 의원과 이 의원에 대해 ‘전권을 부여받은 대리인’이라고 표현했지만, 안 후보는 “저는 전권 대리인 이런 개념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7일 경북 포항시 북구 신흥동에서 열린 유세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

윤 후보와 안 후보는 협상 과정에서 국민경선 여론조사 단일화 방식을 논의했는지를 놓고도 상반된 입장을 내놓았다.

윤 후보는 양측 전권 대리인 최종합의안에 여론조사 방식 단일화가 포함됐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리인 사이의 단일화 협의 과정에서 여론조사 얘기는 한번도 나온 적이 없다”면서 “여론조사 역선택을 막을지 등도 전혀 협상테이블에 올린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안 후보는 “협상이라는 게 서로 이야기하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협상테이블에 저희가 그것을 올렸는데 협상테이블에 없었다는 것은 협상 상대자로서 도의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제가 계속 주장했던 것은 국민경선에 대한 것이었는데 국민경선에 대해 어떤 입장 표명이 없었다”며 “왜 안 받겠다, 또는 받겠다, 받지 않겠다 자체가 없었고 또 다른 어떤 방법이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安, 尹 지지자 전화·문자폭탄 불만 토로=양측은 이번 협상 추진과 공개 과정을 둘러싸고 감정싸움 양상까지 벌였다.

윤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안 후보가 완주 철회를 위한 명분을 조금 더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언급 안 후보의 대선레이스 완주 의지를 우회적으로 지적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양측의 그간 협상 일지와 윤 후보가 안 후보에게 전화통화를 하자고 보낸 휴대전화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장 의원과 이 의원이 마라톤회의를 거쳐 힘겹게 ‘정권 교체를 위한 공동선언문’에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안 후보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가 협상 결렬에 영향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나도는 분위기다.

이에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비공개 협의는 윤 후보 측이 요청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단일화 불발의 배경에는 양측 간 신뢰문제가 자리 잡고 있었는데 오늘 (윤 후보) 회견으로 자신들의 책임회피를 위해서는 어떤 짓도 할 수 있는 신뢰하기 어려운 세력이라는 점을 거듭 확인시켜줬다”며 “자신들의 뜻대로 되지 않자 모든 것을 변명과 입맛에 맞춰 일방적으로 까발리는 것을 보면서 윤 후보 측에서 제안하는 여러 내용을 그대로 믿기에는 신뢰에 문제가 있다고 결정한 최종 판단이 맞았음을 확인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27일 오후 전남 순천시 아랫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

특히 안 후보는 윤 후보 측 지지자들의 전화폭탄과 문자폭탄으로 휴대전화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할 지경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지금 누군지 모르는 전화가 계속 오고 있고 문자가 3만 개가 넘는다”며 “제가 이 전화로 어떤 통화나 어떤 시도를 할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이어 “그 당(국민의힘)에서 어떤 채널을 통해 계속 제 번호를 뿌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런 짓을 하는 게 과연 협상 파트너로서의 태도냐”고 반문했다.

다만 이번 대선 판세가 초박빙 국면으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단일화가 완전히 물 건너갔다고 단정 짓는 것은 이르다는 분석도 여전하다.

윤 후보는 기자회견 말미에 “지금이라도 안 후보가 시간과 장소를 정해준다면 제가 지방에 가는 중이라도 언제든지 차를 돌려 직접 찾아뵙고 안 후보와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서 “국민의 열망인 정권교체를 위한 야권통합의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며 단일화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지 않았다.

안 후보 역시 대선레이스 완주 의지와 단일화 협상 시한 종료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윤 후보를 만날 수 있느냐는 거듭된 질문에는 ‘아니다’고 단정 짓지 않은 채 말을 아꼈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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