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이 100억원 이상 초고액자산가들을 두고 자산관리(WM) 시장에서 격전을 벌인다. 기존 은행권이 공략하던 자산가 기준을 100억원으로 나란히 높였다. 양사는 그룹사의 역량을 총동원해 WM 시장에서 리딩뱅크 입지를 굳히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매번 ‘종합자산관리’를 표방해왔던만큼 기존 서비스를 뛰어넘는 경쟁력을 보이는 것이 관건이다.
지난 22일 신한금융그룹은 초고액자산가 대상 자산관리 서비스인 ‘신한 PWM 패밀리오피스 센터’를 열었다. 신한금융은 기존 신한PWM 프리빌리지(Privilege) 서울센터와 강남센터 두 곳을 신한PWM 패밀리오피스 센터로 전환했다. ‘프리빌리지’가 금융자산 50억원 고객을 목표로 했던 것을 고려하면 한층 고객의 허들을 높였다.
신한금융은 타깃을 100억원 이상으로 한만큼 기존 개인 금융자문에서 가문·법인 대상으로 한 금융·비금융 혜택을 제공하는데 초점을 뒀다. 과거에는 PB팀장 개인이 100억원 이상 고객들의 금융자산을 관리했다면, 앞으로는 본부 전담조직이 직접 수익률을 관리하는 등 신한금융 차원에서 밀착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패밀리오피스센터 전담 전문가들이 대면·비대면을 활용한 상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룹의 글로벌그룹&투자은행(GIB), 글로벌고유자산운용(GMS), 벤처캐피탈(CV), 신한 캐피탈 등 그룹사 역량을 활용한 기관투자자급 투자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컨시어지 데스크 운영을 통해 골프, 레스토랑 예약 등 각종 부대 서비스도 지원한다.
신한PWM 패밀리오피스 센터 개점식
경쟁자인 KB금융 또한 오는 7월 압구정 플래그십 PB센터를 통해 패밀리오피스 사업에 뛰어든다. 신한금융과 동일하게 서비스 제공 기준을 100억원으로 잡았다. 기존 30억원 이상 자산가들을 공략하던 것보다 기준을 한층 높였다.
구체적인 운영방향은 나오지 않았다. 처음으로 시작하는 패밀리오피스인 만큼 시일을 두고 차별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다만 국민은행은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KB증권 또한 플래그십센터 성공을 전략적 과제로 잡고 WM솔루션총괄본부를 신설하는 등 고삐를 당기고 있다.
KB금융 압구정플래그십PB센터 조감도 [KB국민은행 제공]
양사가 ‘100억원 자산가’라는 상징적인 숫자를 내세운건 WM 시장에서 리딩뱅크로 확실한 우위를 가져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나금융의 클럽원은 30억원, 우리은행의 투체어스익스클루시브(TCE)도 30억원을 통상적인 기준으로 하고 있다.
신한금융, KB금융의 패밀리오피스 전쟁이 시작된 가운데 나머지 은행들도 WM 시장에 주력할 예정이다. 하나금융은 삼성동, 한남동 등 2개 클럽원을 운영 중인데 현재 3호점도 추가 개설하는 방안을마련 중이다. 우리은행 또한 이원덕 행장을 수장으로 맞아 WM 특화센터를 중심으로 자산가 공략을 위한 채비를 하고 있다.
이처럼 금융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차별화 방안이 어떻게 나올지는 미지수다. 이미 수차례 특화점포를 만들면서 패밀리오피스, 종합 자산관리를 표방해왔기 때문이다. 본사 전담 밀착 포트폴리오 관리나 컨시어지, 그룹사 협업 등은 이미 구문이 된 지 오래다. 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각 사들이 내세울 수 있는 서비스가 한정적”이라며 “기존 30억원, 50억원 자산가들과 구분될 수 있는 확실한 강점을 찾는 것이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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