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가 사라졌다”…러시아 ATM기 앞의 인출행렬
2022-02-28 11:34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민이 27일(현지시간)ATM에서 돈을 빼려고 길게 줄을 서 있다. [로이터]

러시아 전역에서 미국 달러화 등 외화를 확보하려고 현금인출기(ATM)에 몰려드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금융 핵무기’로 통하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 배제·러시아중앙은행(CBR) 제재 카드를 쓰기로 하자,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가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러시아를 흔들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모스크바 소재 쇼핑몰에 있는 현금인출기 앞에 서 있던 블라디미르(28)씨는 “한 시간째 줄을 서고 있다. 외화가 모든 곳에서 사라졌다”며 “이게 가능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늦게 왔는데, 충격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외화 인출을 위한 긴 줄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시작한 당일(24일) 오전부터 형성되기 시작했는데 SWIFT 배제 조치 발표로 더 늘어났다.

러시아인의 ‘외화 러시’는 일부 러시아 은행이 지난 25일 종가(달러당 83루블)보다 30% 이상 높은 가격에 이날 달러를 팔고 있음에도 나타나고 있다. VTB가 105루블, 오트크리티에(Otkritie)가 115루블 등이다. 전문가들은 CBR의 기준 금리 인상을 촉발할 수 있는 수준을 달러당 100루블로 보고 있다.

CBR는 이날 성명에서 “러시아 은행 시스템은 안정적”이라며 루블화를 중단없이 공급하겠다고 했다. 성명엔 외환에 대한 지원과 제재 관련 언급은 없었다.

28일 외환시장이 개장해 거래가 이뤄지면 루블화 가치가 폭락할 거라는 징후가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한 서방은행의 모스크바 지점 임원은 “현금 인출은 러시아에 피해를 입힐 거다. 은행의 유동성이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서비스 업체 찰스슈왑의 캐시 존스 채권전략가는 “러시아 채권과 통화가 계속 하락할 걸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병합 이후 내려진 서방의 제재 조치 때도 환율 폭락·유가 급락 등으로 현금 위기에 직면한 바 있다. 당시 러시아 최대은행인 스베르뱅크(Sberbank)에선 단 일주일만에 1조3000억루블(약 18조 6030억원)이 빠져 나갔다. 홍성원 기자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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