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핵 카드’ 노림수…“난장판 탈출용” vs “실제 사용 가능”
2022-02-28 11:34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이 이어지고 있는 27일(현지시간) 수도 모스크바에 위치한 흐루니체프 국립 우주 연구·생산센터 건설 현장을 방문해 연설을 하고 있다. [AFP]

핵무기 카드를 꺼내 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진짜’ 의도를 파악하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많은 전문가들이 안보보장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엄포’라 여겼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을 푸틴 대통령이 실제로 명령한 만큼, 핵무기 역시 실제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세계의 공멸을 부를 수 있는 핵전쟁 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 속에, ‘정신 상태’가 악화한 푸틴 대통령이 핵위기를 극한까지 몰고가는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서방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TV 연설에서 “핵 억지력 부대의 특별 전투임무 돌입을 국방부 장관과 총참모장(합참의장 격)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핵 억지력 부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운용하는 러시아 전략로켓군 등 핵무기를 관장하는 부대를 일컫는다.

AP 통신은 “핵무기의 발사 준비 태세를 강화하라는 이 같은 지시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현 위기가 의도된 것이든 실수든 핵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공포를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분석가들은 러시아 은행에 대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 퇴출과 푸틴 대통령 자체, 러시아 중앙은행 등에 대한 제재 발동 등 서방 동맹국의 ‘핵폭탄급’ 제재에 러시아는 진짜 핵폭탄으로 맞대응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케이틀린 탈매지 조지타운대 핵 정책 전문가는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군의 작전 차질을 비롯해 유럽연합(EU)의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무기 직접 지원 등의 상황은 푸틴 대통령의 눈에 매우 암담하게 비쳐질 것”이라며 “외교·정치·경제적 상황의 악화가 이어질 경우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를 실제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테네오의 안드리우스 투르사 동유럽 전문가는 “푸틴의 핵카드는 서방의 새 제재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을 막으려는 시도”라며 “국제 무대에서 ‘왕따’로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이 푸틴을 더 위험하고 예측 불가능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 중에선 러시아가 핵탄두를 실전 배치해 발사 직전의 상황으로까지 몰고갈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제임스 액턴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 핵정책프로그램국장은 “중앙 집중 저장고에 있던 핵탄두를 이동하거나 ICBM, 장거리 폭격기 등에 분산 배치에 미국과 유럽을 직접 겨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권력이 점점 커지다가 무소불위 수준으로 확대되자 전반적 성격이 왜곡되는 ‘오만증후군(hubris syndrome)’에 푸틴 대통령이 빠졌다는 영국 일간 더타임스의 분석 기사와 푸틴 대통령이 냉전의 종식을 불러온 소련 붕괴를 계기로 굴욕감과 동시에 냉전에 승리한 서방에 적개심을 느끼면서 편집증적 세계관을 일관되게 발전시켜왔다는 영국 일간 가디언의 분석 기사까지 나오며 정신적 문제를 겪고 있는 푸틴 대통령의 ‘오판’에 대한 서방의 우려는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다만, 서방과의 대화에 앞서 초강경 카드로 압박을 가하려는 전략이란 분석도 있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지시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벨라루스 대화를 앞두고 나왔다는 이유에서다.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매튜 크로니그 핵전문가는 “전형적인 러시아의 전략이며, 미국과 나토를 향해 우크라이나 문제에 관여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며 “최악의 상황까지 몰고 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했다.

로런스 프리드먼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명예교수는 “핵위협을 가하는 동시에 대화를 제안하는 것은 ‘난장판(mess)’에서 벗어나려는 푸틴 대통령의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랭킹뉴스


COPYRIGHT ⓒ HERALD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