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승 대신 ‘초초박빙’… 개표부터 확실까지 피말린 8시간 [종합]
2022-03-10 05:05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을 찾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10%포인트 격차로 승리할 것”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당초 최대 10% 포인트 가량의 격차로 승리할 것이란 기대와는 달랐다.

9일 저녁 방송3사가 실시한 출구조사 집계 결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예상 득표율은 48.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예상 득표율은 47.8%로 집계됐다. 양 후보의 예상 득표율 격차는 0.6%포인트에 불과했다. 국민의힘 기대보다 득표 격차가 적었다. JTBC가 독자적으로 내놓은 출구조사에서는 이 후보가 48.4%, 윤 후보가 47.7%로 이 후보가 오히려 이길 것으로 예상된다는 정반대의 결과를 내놨다.

개표 상황실 맨 앞자리에 앉은 이 대표를 비롯해 권영세 총괄선대본부장, 김기현 원내대표, 정진석 국회부의장, 배현진 최고위원 등의 표정이 박빙 우세에 잠시 환해졌다가 삽시간에 차갑게 얼어붙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관계자들은 특히 JTBC가 지상파 3사와 반대로 이 후보가 윤 후보에 오차범위 내 우세라는 결과를 도출한 데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뒷자리에서 활기차게 분위기를 띄우던 청년 보좌역들도 찬물을 끼얹은 듯 입을 닫았고, 오후 7시 32분에는 아예 상황실 내 개표 중계방송 소리를 꺼버렸다.

서울에서 윤 후보가 이 후보에 우위를 보였다는 화면이 스칠 때 잠시 함성이 나오기도 했지만, 대부분 아무 말 없이 심각한 얼굴로 중계방송 화면을 응시했다. 선대본부 관계자는 기자들을 향해 "오늘 8% 포인트 정도 차이 나는데 보정한 것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9일 오후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지역구 의원들과 당원들이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초박빙 승부로 나오자 굳은 표정을 TV 방송을 보고 있다. [연합]

국민의힘 상황실에는 개표가 시작된 후에도 한동안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간 양 진영에서는 야권 단일화나 젠더 이슈 등 다양한 요인을 근거로 각자의 우위를 주장해왔다. 특히 국민의힘이 가장 앞세웠던 ‘정권교체론’에도 불구하고 격차가 크지 않자, 분위기가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긴장감마저 넘쳤다.

특히 선거 개표 초반에선 이 후보가 5% 넘게 앞서는 것으로도 집계됐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유권자들이 ‘정권교체’ 희망만으로 윤 후보에게 몰표를 주기를 주저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인물경쟁력 측면에서 윤 후보가 열세 아니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배우자 리스크’ 역시 윤 후보의 발목을 잡는 요인 중 하나였다.

개표 과정에선 곳곳에서 마찰과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가장 큰 우려를 샀던 코로나19 확진·격리자의 투표 현장에서는 지난 4∼5일 사전투표 당시 대혼란이 재연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사전투표를 한 일반 유권자에게 투표용지가 다시 배부되는 등 투표 관리에 허점을 보여주는 사례도 속출했다. 사전투표 사태를 계기로 증폭된 유권자들의 선관위에 대한 불신도 여전했다.

이날 경기 오산시 중앙동 제2투표소에서는 투표하러 온 유권자 A씨가 자신의 투표용지가 이미 배부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투표를 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 일이 발생했다. 선거인명부에 A씨가 이미 투표한 것으로 기재돼 있었기 때문이다. 또 본인은 사전투표자인데도 투표사무원이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투표용지를 줬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부천시 신중동의 한 투표소에서는 유권자 1명에게 투표용지 2장이 배부됐다가 이 중 1장이 무효표로 처리되는 일도 발생했다.

국민의힘 상황실 분위기가 개선된 것은 9일 밤 11시 무렵 부터였다. 이 후보와 윤 후보 사이의 득표율 격차가 3% 안팎으로 줄어들면서 역전의 기미가 감지됐기 때문이다. 특히 10일 오전 12시 32분에는 처음으로 개표율 50.97%를 기록하면서 윤 후보가 48.31%, 이 후보가 48.28%를 각각 기록했다. 격차는 0.03%포인트에 불과했으나 개표 이후 처음으로 역전한 것이다.

지지율이 처음으로 뒤집히는 ‘골든크로스’를 이루자 국민의힘 상황실에 앉아있던 인사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환호했다. 곳곳에서 "이겼다"는 말과 함께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김 원내대표와 권 본부장도 활짝 웃었다. 김 원내대표는 뒷줄에 앉은 의원들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앞서 윤 후보가 이 후보를 따라붙는 데 속도를 내기 시작했을 때도 김 원내대표는 "이상한 출구조사를 발표했다"며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힘 상황실은 윤 후보가 '당선 유력'으로 뜬 오전 2시께 승리 분위기를 만끽하기 시작했다. 윤 후보의 유행어인 "좋아, 빠르게 가!"라는 구호도 곳곳에서 들렸다. 약 1시간 뒤인 3시30분께 '당선 확실'이라는 방송사의 결과가 화면에 뜨자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환호가 상황실에서 터져 나왔다. 국민의힘 인사들은 옆 자리에 앉은 이들과 웃으며 대화를 나눴다. 휴대폰을 들고 셀카를 찍으며 승리를 자축하는 이들도 나왔다.

개표가 99%가 완료된 10일 오전 4시55분 현재이 후보와 윤 후보의 표차는 26만여표차다. 이는 역대 최소 득표율 격차였던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29만표)보다도 적은 표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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