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우크라 신속가입?…예외는 없다”
2022-03-11 11:02


에마뉘엘 마크롱(맨 앞 오른쪽) 프랑스 대통령과 샤를 미셸(맨 앞 왼쪽)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비롯한 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이 10일(현지시간) 파리 외곽 베르사유궁에서 열린 EU 비공식 정상회의에서 기념촬영을 하기 위해 건물 밖으로 걸어나오고 있다. [로이터]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가 요청한 특별 절차를 통한 신속 가입을 사실상 거부했다.

여기에 러시아 원유·가스·석탄 등 에너지 자원에 대한 전면 금수 조치를 통해 ‘단독 제재’에 나선 미국의 행보에 속도를 맞추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함으로써 대(對)러시아 압박에 대한 속도 조절에 나섰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는 이날 EU 비공식 정상회의가 열린 프랑스 파리 외곽 베르사유궁에서 취재진과 만나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은 장기적으로 보면 가능할 수 있다”면서도 “패스트트랙 같은 ‘특별 절차’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EU 가입을 신청하면서 특별 절차를 통해 가입을 즉시 승인해줄 것을 요청했다. EU 정상회의는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에 우크라이나의 가입 신청에 관한 의견을 요청해놓은 상태다.

EU 가입 절차가 통상 수년이 걸리는 데다 가입 협상을 개시하는 데에만 27개 회원국 전체의 만장일치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로써 젤렌스키 대통령의 요청을 EU 정상회의가 들어줄 가능성은 작아졌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EU 신속 가입 승인을 두고 회원국 간에는 분명한 이견이 존재했다. 폴란드와 라트비아 등 러시아·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동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적극 찬성하지만 네덜란드와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들은 절차 간소화를 꺼리는 분위기다. 러시아의 직접적 위협의 정도에 따라 의견이 확연하게 차이가 난 것이다.

EU 정상회의 성명서 초안에도 “우크라이나는 우리 유럽 가족에 속한다”는 선언적 문구만 들어간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반드시 이행하고, 필요하다면 러시아와 침공을 도운 벨라루스에 추가 조치를 할 준비가 돼 있다는 내용 정도가 들어간다. 느슨한 수준의 ‘우크라이나 지지 선언’ 정도만이 담긴다는 뜻이다.

EU는 러시아의 ‘아킬레스건’으로 불리는 에너지 금수 조치에 대해서도 회의적 시각을 분명히 했다.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2027년까지 러시아 석유·가스·석탄 등 화석연료 전반에 대한 의존에서 완전히 벗어난다는 내용을 담은 합의문이 마련 중”이라고 했다.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럽의 현실을 고려한 것으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미 의회가 전격적인 러시아 에너지 전면 금수 조치를 내린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과 EU 간에 에너지를 놓고 벌어진 틈을 파고들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내각회의에서 “EU 내 에너지 가격 상승은 러시아의 책임이 아니라 서방 스스로의 실수에 따른 결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랭킹뉴스


COPYRIGHT ⓒ HERALD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