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당선인, 축배 들기도 전에 ‘대북 시험대’
2022-03-11 11:28


일러스트=박지영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증을 받은 지 하루 만에 한반도를 둘러싸고 더욱 험난해진 외교 안보 환경을 마주했다. 당선인으로서 치르게 되는 각국과의 외교 전초전과 취임 후 국제 사회에서의 본격 행보가 차기 정부 수장으로서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챙겨야 할 경제리더십 외에 안보리더십 구축 여부에 시선이 쏠린다.

윤 당선인은 대선이 끝나자마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들과 통화를 갖고 각국 주한대사들과도 잇따라 만나기 시작했다. 선거 과정 내내 대북 강경 노선을 천명해온 윤 후보가 과연 어떻게 대북 첫 메시지를 내놓을지 국내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의 선택, 윤석열 관련기사 2·3·4·5·6·8·9·12면

윤 당선인이 해결해야 할 첫 과제로 던져진 것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위협이다. 당장 윤 당선인의 당선 이틀째부터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11일 북한이 최근 두 차례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우주발사체를 가장한 신형 ICBM 시험발사 일환으로 평가된다고 동시에 발표했다. 미국 국무부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협력할 최고 우선순위가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위협이라고 밝혔다. 같은날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ICBM으로 전용 가능한 서해위성발사장을 찾아 위성로켓발사 시설 개건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에 이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해위성발사장을 찾으면서 ‘모라토리엄(핵실험 및 ICBM 시험발사 유예)’ 파기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미국은 경고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이날 북한의 ICBM 시험 발사 사실을 확인하며 “외교의 문을 열어놓고 있지만, 미국은 본토와 동맹의 안보를 위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추가적인 제재 방침을 밝혔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이어져 온 기본적인 대화 기조에는 변함이 없지만 본토 방위를 위해서는 북한의 도발 행위에 강하게 대응하겠다는 경고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남측의 대선결과도 첫 보도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이날 “남조선에서 3월 9일 진행된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야당인 국민의힘의 윤석열이 근소한 차이로 대통령으로 당선되였다”고 짧게 소식을 전했다. 달랑 한 문장이었지만 행간은 함의로 꽉 찼다. 북한이 남한 대선에 대해 보수정당 후보가 당선된 사실을 당선인 이름을 포함해 이틀 만에 즉각 보도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러나 내용은 문재인 대통령 당선 때보다 크게 간략해졌다. 한층 냉랭하고 엄중해진 남북관계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당선인 자격의 외교를 이미 시작했다. 윤 당선인은 1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통해 북한의 도발에 대한 한미, 한미일 공조의 필요성을 공감했다. 두 정상의 사전 교감 후에 양국의 대북 경고 메시지가 나온 모양새다.

선거 기간 동안 윤 당선인은 TV토론과 연설, 유세를 통해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론’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추가 배치로 대표되는 대북 강경 정책을 천명해왔다. 문재인 정부의 협상전략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해왔다.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에 따라 한반도의 지정학적 환경은 크게 요동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윤 당선인이 언제쯤 어떻게 첫 대북메시지를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윤 당선인 측은 정상 통화나 대사 면담 내용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자연스럽게 발표하는 방식과, 공식 성명으로 입장을 발표하는 방식 등을 놓고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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