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주행거리의 열쇠 ‘음극재’…어디까지 왔니? [비즈360]
2022-03-12 10:01


삼성SDI의 ‘젠5’배터리.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전기차 보급 속도가 빨라지면서 배터리 제조에 필수적인 '음극재'에 대한 연구·개발이 탄력을 받고 있다. 주행거리와 충전 속도를 결정짓는 핵심요인으로 전기차의 상품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원리는 리튬 이온이 양극과 음극을 오가면서 발생하는 전기 에너지를 흡수하거나 내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배터리를 오래 사용하면 처음 사용했을 때보다 사용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 양극의 리튬 이온이 들어가는 음극 공간이 열화가 진행되면서 줄어드는 탓이다.

그동안 음극에는 주로 흑연 소재가 사용됐다. 흑연은 규칙적인 구조로 탄소층이 여러겹 쌓인 구조다. 충전할 때는 리튬이온이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하면서 흑연의 층 사이사이로 들어가는데 이 과정에서 흑연의 부피가 약 10% 커진다. 반대로 방전할 때는 부피가 다시 줄어든다.

배터리를 계속 사용하면 음극의 부피가 팽창과 감소를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흑연의 구조가 미세한 변화를 일으키며 수명이 자연스레 감소한다. 팽창하는 부피를 고려하다 보니 배터리 크기가 제한적이라면 용량이 적게 설계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대체 소재가 고려된다. 그 중 하나가 실리콘이다. 흑연보다 에너지 밀도가 10배나 높은 실리콘은 충전과 방전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다.

문제는 실리콘이 배터리 안에서 빵처럼 부풀어 올라 다른 소재를 망가뜨리는 '스웰링'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 현상은 배터리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것은 물론, 화재의 위험성을 높인다.


리튬이온 배터리 충방전 과정. [삼성SDI 제공]

국내 배터리 업계는 흑연에 실리콘을 섞는 방식으로 팽창을 최소화하고, 음극재 구조를 안정화하는 방향으로 개발하고 있다. 현재는 실리콘 비율이 5~8% 수준이지만, 업계는 기술 개발에 따라 최대 20%까지 비율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흑연에 실리콘을 처음 첨가한 배터리를 개발한 LG에너지솔루션은 실리콘의 팽창을 막는 CNT 도전재를 첨가해 문제를 해결했다. 전극의 슬러리(활물질·바인더·첨가제·용매를 혼합한 물질)를 동박에 코팅하는 ‘더블레이어코팅’ 기술도 적용했다.

삼성SDI는 실리콘을 머리카락 두께 수천분의 1 크기로 '나노화'한 뒤 이를 흑연과 혼합해 하나의 물질처럼 복합화한 'SCN(Si-Carbon-Nanocomposite)' 기술을 개발했다. 구조적으로 안정적인 흑연에 에너지 밀도 특성이 우수한 실리콘을 넣어 복합화해 안정적이고, 동시에 빠른 충·방전이 가능하다.

한편 SK온은 음극재를 흑연이나 실리콘이 아닌 리튬메탈을 채택한 '리튬메탈배터리(LMB)'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다. 리튬메탈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를 1ℓ당 1000Wh로 크게 높일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터리 음극재의 발전이 전기차 주행거리 개선과 충전시간 단축의 핵심적인 열쇠”라며 “전 세계적으로 배터리 기술에 대한 경쟁이 뜨거운 만큼 국내 배터리 업계의 투자도 더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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