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귀족노조냐, 발목 잡혀선 안돼” 주총장 ‘사이다 발언’에 박수갈채 [비즈360]
2022-03-16 14:35


16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3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 현장 3층의 모습. 김지헌 기자

[헤럴드경제(수원)=김지헌 기자] “노조가 해도 해도 너무 하는 것 아닙니까.”(주주 A씨)

“GOS 문제에 대한 대응방안을 구체적으로 얘기해주십시오.”(주주 B씨)

16일 오전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 열린 ‘제53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 현장. 500만 개미들의 이목이 쏠린 삼성전자의 사업 방향을 설명하는 이 자리에서 주주들은 저마다 최근 논란이 된 노조 임금 인상 요구와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 논란에 대한 걱정와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주주들은 자신들도 ‘회사의 주인’이라며 노조의 무리한 요구에 대한 자제를 요청하고, GOS 논란에 대한 합리적 대응 등을 경영진에게 요구했다.


16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3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 설치된 '응원메시지 월'에 주주들이 삼성전자에 대한 바람을 담은 메시지를 남겼다. 김지헌 기자

삼성전자 주주들 "노조, 무리하게 요구하지 말아야" 비판

이날 주총에선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행보를 비판적으로 보는 주주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노조와 관련된 비판 발언이 끝날 때마다 장내에선 박수갈채가 이어지기도 했다.

앞서 삼성전자 4개 노조가 꾸린 공동 교섭단은 지난해 10월부터 15차례에 걸쳐 2021년도 임금 협상을 진행하면서 연봉 1000만원 일괄 인상과 영업이익 25% 성과급 지급, 성과급 지급 체계 공개 등을 요구했다가 교섭이 결렬되자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두 차례 노동쟁의 조정 절차를 거쳤지만 결국 사측과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은 오는 18일 오후 1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대표이사실에서 노조 대표자들과 만나기로 한 상태다.

한 여성 주주는 “노조에 대해 얘기를 안 할 수 없다”며 “지난번 기사를 보니 ‘성과급 8000만원을 달라’는 노조 등에 대한 내용이 있었는데, 고(故) 이병철 회장의 경영철학은 ‘무노조’였다. 저는 주주로서 삼성을 굉장히 사랑하고 있고 이 기업과 같이 크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 자산의 상당 부분이 삼성전자에 있기에 관심이 가는데 지금 노조의 모습을 보면 무리한 요구와 생떼를 부리고 있다. 지금 삼성은 공격적인 투자로 사수해야 할 게 많다”며 “애플은 시가총액 2800조원을 넘고 삼성전자가 500조원이 안 되는 상황에서 노조에 발목이 잡히지 않는 기업이 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다른 여성 주주 역시 노조가 ‘귀족노조’로 변질될까 우려했다. 그는 “지인에게 삼성전자 주총에 왔다고 하니 카카오톡으로 질문을 해줬으면 해서 말씀드린다”며 “우리나라는 귀족노조에 반감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삼성 노조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삼성전자 노조와 경영진의 기싸움이 있을 것이다. 내일 모레쯤 사장이 노조 임원을 만나는데 주주가치 제고를 어느 정도 참고할지 궁금하다”며 “아무쪼록 삼성 노조가 국민에게 귀족노조라는 인상을 주지 않길 바란다. 노조다운 노조,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영진다운 경영진, 그리고 다른 한쪽에 주주가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16일 ‘제53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가 열린 수원컨벤션센터 3층에서 한 주주가 주총장에 입장하려 하고 있다. 김지헌 기자


16일 ‘제53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가 진행된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 3층에서 주주들을 대기하는 주총장 직원들의 모습. 김지헌 기자

GOS 논란 속 노태문 사장 사내이사 98% 찬성률

GOS 논란 역시 이번 주총장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GOS는 고성능 게임을 실행하면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 등을 조절해 스마트폰의 과도한 발열과 배터리 소모를 막아 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인데, 이로 인해 스마트폰 성능이 저하됐다는 논란이 최근 제기되고 있다.

한 주주는 “노태문 사장은 GOS 책임자로서 삼성 팬들에게 합리적인 납득을 전달하지 못했다”며 다른 주주들에게 노 사장에 대한 사내 이사 선임 반대를 독려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가기도 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은 의결권 행사 주주 중 97.96%의 동의로 통과됐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부회장은 GOS 논란과 관련해 “주주와 고객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발열을 최소화하면서 고사양 게임의 장시간 일관성 있는 성능 제공을 위해 한 것이었는데, 앞으로는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이도록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16일 ‘제53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이 통과되고 있다. 김지헌 기자

삼성전자 파운드리 수율 우려 제기도 잇따라

삼성전자는 4㎚(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 수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퀄컴은 애초 삼성전자에 3나노 공정의 차세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위탁 생산을 맡길 예정이었지만 대만 TSMC에 맡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경 사장은 “고객과 관련해 구체적 부분을 확인하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한다. 퀄컴과 많은 부분 협력하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도 적극 협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 다른 남성 주주가 “최근 갤럭시 GOS 사태 기반에는 엑시노스의 부진이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갤럭시 A’ 시리즈에 예전에는 저가로 인식되던 미디어텍의 AP가 들어간다고 들었다. 엑시노스 발전 비전이 궁금하다”고 하자 “고객 상황에 따라 회사에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수시로 변경되는 사안에 대한 질문이라 구체적인 답변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경 사장은 수율 문제와 관련해 “공정이 미세화될수록 복잡도가 증가해 소자의 물리적 한계에 도달했고 초기 램프업(수율 개선을 통한 생산능력 증가)에 시간 소요됐으나 안정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16일 ‘제53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가 열린 수원컨벤션센터 1층에 체온측정기와 열화상카메라가 비치돼 있다. 김지헌 기자


16일 ‘제53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가 열린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 앞에 설치된 건강확인소의 모습. 김지헌 기자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수원컨벤션센터에 주총을 위해 3600석의 좌석을 마련했다. 지난해(900명)보다 800명가량 많은 약 1700명이 컨벤션센터 1·3층 주총장을 찾았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 주주총수(보통주 기준)는 506만6466명으로 집계됐다. 2020년 말의 214만명보다 약 136% 늘어난 수치다.

삼성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21대의 체온측정기·손소독제를 설치하고 3대의 열화상카메라를 비치했다. 모든 주주들에게 개인별로 추가 마스크와 손세정제를 지급했다. 발열 등 확진 가능성이 있는 주주들이 올 경우를 대비해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 7명이 배치된 3곳의 건강확인소를 마련했다. 이날 주총장 로비에는 ‘주주총회 포토존’이 설치됐으며, 삼성전자에 바라는 점을 메시지로 작성해 부착하는 ‘응원메시지 월’도 마련됐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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