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정 평화안 진전’ 평가속…美는 “푸틴 경로변경 징후 없다”
2022-03-17 11:39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전쟁을 끝내기 위한 대면 회담의 가능성이 흘러나오고 있다. 두 나라의 평화회담 대표단 측에서 15개항으로 구성된 협상안을 두고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에 진전이 있다는 소식이 16일(현지시간) 전해지면서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의 발언에선 타협의 신호가 읽히지 않는다는 분석이 있다. 미국 국무부도 이날 푸틴 대통령이 경로를 바꾸고 있다는 분명한 징후가 없다고 평가했다. [로이터·AP]

21일째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잠정 평화안을 놓고 진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16일(현지시간) 파악됐다. 우크라이나가 중립국·군대 규모 제한을 선언하면 휴전과 러시아군 철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게 골자다.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15개항으로 이뤄진 평화안을 놓고 협상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포기, 우크라이나가 미국·영국·터키 등 동맹의 보호를 받는 대신 외국군 기지나 무기를 보유하지 않겠다는 약속 등을 둘러싸고 접점을 찾으려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오스트리아나 스웨덴의 지위에 근거한 우크라이나의 중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들 국가는 육군과 해군이 있는 무장 중립국이다. 그는 “이 옵션은 실제로 현재 논의되고 있다”며 “중립으로 여겨질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협상에서 절대적으로 구체적인 문구는 합의에 가까운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측 평화회담 대표단을 이끄는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고문은 이날 우크라이나 현지 방송에 나와 “양측의 입장은 매우 다르지만, 타협을 시작했다”며 “조만간 평화협정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부 사항에선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우크라이나 측은 오스트리아·스웨덴식 중립보단 나토 가입을 포기하더라도 다른 국가가 안보를 보장하는 준(準)집단 안보 체제 가동을 희망하는 걸로 관측된다.

포돌랴크 고문은 트위터에 “현 단계에서 우리가 확인하는 유일한 것은 휴전, 러시아군의 철수, 여러 국가의 안보보장”이라고 썼다. 그는 미국 PBS방송 인터뷰에선 “이 전쟁을 끝낼 유일한 방법은 양국 대통령의 직접 대화”라며 “대통령들이 서명할 문서를 평화회담에서 다루고 있고, 분명히 가까운 시일 안에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가장 큰 난제는 크림반도와 친(親) 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이 사실상 관할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돈바스 지역 처리 문제로 꼽힌다. 러시아는 2014년 병합한 크림반도를 자국 영토로 주장하고, 돈바스 지역에 대해선 독립을 인정해야 한다고 우크라이나를 압박한다. 포돌랴크 고문은 이를 거부하는 입장이지만 문제를 세분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양측 협상단에서 진전 움직임이 나왔는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평화를 위한 의지가 의심된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한 소식통은 “속임수이자 환상일 가능성이 있다”며 “크림반도, 국경 부근 병력 증강 등 그들은 모든 것에 대해 거짓말을 한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지방정부 지원책 논의를 위한 회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중립국 지위 등에 대해 협상 과정에서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우크라이나가 우리나라에 대한 공격적인 행동의 근거지가 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은 푸틴 대통령이 타협의 신호를 나타내지 않았다고 풀이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군은 이날 우크라이나의 거점도시 마리우폴에 있는 한 극장에 무차별 공습을 가했다. 우크라이나인 수백명이 대피해 있는 곳으로, 건물 파편이 입구를 막고 있는 데다 포격이 계속돼 사상자수조차 파악하기 불가능한 상황으로 전해졌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회담에 대한 희망의 표현을 환영한다면서도 “미국은 러시아로부터 긴장완화를 보고 싶지만, 푸틴이 경로를 바꾸고 있다는 분명한 징후는 없다”고 말했다.

홍성원 기자



hongi@heraldcorp.com



랭킹뉴스


COPYRIGHT ⓒ HERALD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