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시간·돈 들인 거 모두 멈춰” 국내 기업 피해 일파만파 [비즈360]
2022-03-20 14:01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서부 리비우 공항 인근의 공장 건물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소재 다원화를 위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소련 독립 연방 국가(CIS)들에 협력망 구축을 위해 시간과 자금을 들였으나 이번 사태로 인해 모든 게 멈췄다. 러시아나 우크라이나에서 협업했던 인원들과 다시 연결되기 힘들 것 같다.”

리튬전지를 생산하는 경기도 소재 중소기업 A사는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의 피해 실태 조사에서 이같이 토로했다. 러시아를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던 한국 기업들은 제품 판로와 기술 지원 등이 중단되며 힘든 시간을 겪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소프트웨어 개발사들과 협업하던 서울 소재 중소기업 B사는 매출 및 생산에서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양국과 거래가 제한되면서 생산에 차질이 생겼고 출장과 기술상담회 등이 모두 취소되면서 협상이 잠정 중단됐다. B사는 “우크라이나가 인건비가 저렴한 데 비해 교육 수준이 높아 소프트웨어 개발 외주가 많이 진행된다”며 “전체 개발 및 퍼블리싱 비즈니스의 30~40%가 타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많은 중소 제조업체들은 연구 개발은 커녕 당장 재무 상황 악화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경기도 소재 제조기업 C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타국에서 수입하는 원자재 및 천연가스 가격도 급등해 기업 운영에 상당한 피해를 입고 있다”며 “상황이 급박하다 보니 연구 개발 업무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국내 기업 중 절반 이상이 직간접적인 피해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피해가 두드러진다며 정부에서 선제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서 지난 10~15일 기업연구소를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피해 실태조사를 한 결과 응답한 기업 333개사 중 194개사(58.3%)가 원자재 수급 차질, 거래·생산 차질, 기술협력 활동 차질 등 피해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이중 80.9%는 매출과 생산 등에서 직접적인 피해를, 19.1%는 기술자 교류 등 간접적인 피해를 입는 것으로 분석됐다. 발생 유형별로는 ▷원자재 가격 및 수급문제(27.2%) ▷거래제한 및 생산차질 피해(26.0%) ▷결제·환차손 피해(16.7%) ▷수출입 등 협상 중단(12.1%)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되면서 특히 피해를 입은 기업들은 우크라이나보다 러시아와 관계에서 피해를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의 44.1%는 러시아와 거래에서, 15.1%는 우크라이나와 거래에서 피해가 있다고 답했다. 양국과 거래에서 모두 피해를 입는 기업은 9.2%고, 벨라루스나 중앙아시아 등 인접국과 거래에서 영향을 받는다는 기업도 31.5%에 달했다.

문제는 기업들이 향후 R&D 활동 역시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점이다. 피해 응답기업의 67.5%는 기업의 R&D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R&D 투자 활동이 위축되고 기술협력 활동에 차질이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이들 피해 기업들은 정부 지원책으로 ▷긴급 R&D 자금지원(40.4%) ▷추가 R&D 세액공제 지원(30.4%) ▷시험용 부품·재료 공급 지원(18.7%) ▷기술협력 활동 관련 지원(7.6%) 등을 요청했다. 또한 기술협력 활동 지원사항으로 기술상담회 취소에 따른 새로운 기술협력 파트너 물색 지원, 제재조치 상황에서도 러시아와 공동 연구사업 추진방안 강구 등을 요청했다.

마창환 산기협 상임부회장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우수한 기초 기술을 보유한 나라며 최근 기술상담회 등 우리 기업들과의 기술협력이 확대되고 있는 지역”이라며 “사태가 악화되면서 관련 기업의 R&D추진에 타격이 예상되므로 정부 차원의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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