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부총리 “국지적 불안조짐 있다” [박일한의 住土피아]
2022-03-23 11:21


“국지적 불안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열린 ‘제40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근 몇 달간 “집값 하향 안정세가 뚜렷하다”, “집값이 떨어지는 지역이 확산되고 있다”는 주장을 이어오던 정부의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그는 “강남 4구 등 일부에서 매물이 감소하고 수급지수가 반등하고 있다”고 했다. 대선 이후 강남권을 중심으로 재건축 개발 기대감으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를 높이는 상황을 전한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대선 직후 조사한 3월 둘째 주(14일 기준) 서울 동남권(서초, 강남, 송파, 강동구) 아파트값 변동률은 보합(0%)을 기록했다. 전주(-0.01%)까지 4주간 하락세를 멈춘 것이다.

사실 그동안 집값이 안정되고 있다는 정부의 판단 자체에 대해서조차 논란이 있었다. 부동산원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값이 8주 연속 마이너스 변동률을 보이는 사이 민간 기관인 KB국민은행 집값 통계로는 변함없이 주간 단위로 0.01%이상 상승세를 이어왔다.

강남 아파트값은 상승폭이 더 컸다. KB국민은행 기준 이미 3~4주 전부터 상승세가 본격화했다. 강남구는 2월 둘째 주(14일 기준) 0.01% 올랐으나, 셋째 주(21일 기준) 0.05%, 마지막 주(28일 기준) 0.04%, 3월 첫째 주(7일 기준) 0.06%, 둘째 주(14일 기준) 0.08% 등의 변동률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키웠다. 서초구도 2월 셋째 주 0.02%, 마지막 주 0.03%, 3월 첫째 주 0.03%, 둘째 주 0.05% 등으로 올랐다. 강동구는 2월 마지막 주 -0.02% 변동률을 보였으나 3월 첫째 주 0.02% 반등하더니, 둘째 주 0.03% 올라 상승폭이 가팔라졌다.

이젠 부동산원 기준으로도 집값 상승세가 나타나기 시작하자, 정부도 ‘시장이 불안하다’고 판단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씁쓸한 건 집값 불안해 진 데 대한 정부의 인식이다. 홍 부총리는 “부동산시장은 수급상황 뿐만 아니라 유동성, 기대심리요인 등까지 얽힌 복합 시장”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정부 교체기를 앞둔 지금 부동산 시장 가격의 하향 안정세가 흔들리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했다.

집값 하향 안정화가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교체기”를 맞아 기대심리로 인해 집값이 다시 불안해졌다고 보는 것이다. 사실상 ‘정부 교체기’를 집값 불안의 원인으로 지목한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기간 내내 집값 상승 원인을 ‘남탓으로 일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부 초기 집값이 오른 이유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9년간 누적된 부동산 부양 정책 때문’이라고 했고, 이후엔 ‘저금리 상황이 집값을 올렸다’거나 ‘지나친 사익을 추구한 투기세력과 다주택자’가 집값을 폭등시킨 주범이라고 몰아갔다. 30번 가까운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해선 제대로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결과는 대선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정책에 민감한 서울 시민은 야당에 표를 몰아줬다.

홍 부총리는 “시장 안정 정책 역량 집중에 마지막 순간까지 총력을 경주하겠다”고 했다. 그 주된 내용은 “3월 사전청약, 4~5월 공공재개발 결과 발표 등 공급 체감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사실 사전청약과 공공재개발 추진이 집값 안정화에 얼마나 보탬이 됐는지에 대해선 정부와 시장의 인식 차이가 크다. 토지를 모두 확보하기도 전에 진행하는 사전청약은 실제 입주까지 빨라야 4~5년 걸린다. 이것도 최상의 시나리오대로 진행될 때나 가능하다. 토지주들의 반대가 크다면 10년이상 걸릴 수도 있다. 공공재개발도 마찬가지다. 토지가 모두 확보되지도 않은 채 지정하고 추진하는 사업은 제대로 진행될지 미지수다.

문재인 정부에서 내놓은 ‘8.4공급대책’,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대책(2.4대책)’은 모두 ‘공급이 확정된 물량이 아닌 공급을 시도하는 물량’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공급을 시도하는 물량’으로 정말로 집값이 안정될 수 있는지 시장에선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씁쓸하지만 정권 말기 문 정부에서 내놓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인식과 해법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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