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가 보지 않은 정부 조직개편
2022-03-30 11:21


인구 51%가 수도권에 모여살고 있다. 서울 지하철역은 강남3구에 평균 두 배나 집중돼 있다. 앞으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두 개 노선이 강남 삼성역을 지날 것이다. 지방 소멸에 절망하는 비수도권 지역주민의 삶은 애처롭기 그지없다.

우리는 새로운 전환기에 살고 있다고 한다.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 것인가? 학계 논의가 진부하다. 문제해결형 정부 조직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정작 조직개편 논의에 문제해결형 대안을 찾아보기 어렵다. 학자들이 논의하는 내용에 지방분권을 찾아보기 힘들다. 지방분권형 정부 조직개편이 없다. 왜 그럴까. 이미 그들도 기득권이거나 타성에 지친 현학의 세계에 고정돼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새 정부의 부처 조직개편은 우리 사회의 궁극적인 문제를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 공정과 균형의 가치를 경제에서 풀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그것은 재벌도 아니고, 권력도 아니고, 재력도 아니다. 모든 국민이 어디에 살든 공정하고 균형감 있는 경제적 삶을 누릴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내 삶을 내가 결정하고, 지역의 일은 지역 스스로가 결정하며, 미래의 삶을 스스로 그려낼 수 있는 세상은 어떻게 해야 가능해질까. 국민 개개인의 삶이, 지역공동체의 생활이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할 때 가능하다. AI, 플랫폼, AGIL조직이 아니다. 국가는 국민 개개인이 스스로 살아가는 데에 책임자가 아니라 그들을 돕고 지원자 역할을 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런 시스템을 구축하는 정부가 필요하다.

새 정부는 세대와 양성, 그리고 사회적 소수를 포용할 수 있고, 지역이 상생하는 지역균형발전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부처로 개편해야 한다. 지역적으로는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의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전환기적 국가 운영 시스템의 개혁이 절실히 요구된다.

지역불균형 및 사회적 격차는 우리 사회의 난제다. 이런 문제를 임기응변적인 정부 조직개편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이전에 가보지 못한 통합적 중앙부처 조직개편으로 왜곡되고 깨져서 회생 불가능 일보 직전의 지역생태계가 살아날 수 있게 대대적인 수술을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기능(일)뿐만 아니라 그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재정(돈), 인력(사람), 그리고 권한(힘)을 동시에 지방정부에 이양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또한 지방분권형 국가 운영을 위하여 현재 추진 중인 초광역 행정통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다음으로 중앙정부의 교육-복지-지역경제 및 산업 기능을 ‘초광역행정통합정부’에 과감하게 이양해야 한다. 최소한 교육-복지-지역경제공동체의 구축이 이뤄져야 우리의 삶을 우리 스스로 결정하는 행복공동체가 될 수 있다. 더불어 이러한 일을 위한 중앙부처 조직의 그림을 그려내야 한다. 국토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경제통상자원부 등 지역 관련사업을 통할하는 ‘가보지 않은 정부 조직’의 신설을 소망한다. 중앙부처는 슬림화하고, 대신 초광역지역정부는 강화해 다양한 성장동력의 바구니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중앙부처는 국가적 중대사와 국가의 미래 과제를 위해 더욱 심혈을 기울이면 된다.

대통령이 모든 것을 할 수 없다. 국가도 더 이상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책임자가 아니다. 지역의 활력을 살리고, 국민의 열망에 보답하는 행복한 미래의 삶을 그려내야 한다. 스스로 나를 돌아보고, 우리 공동체의 미래를 밝힐 수 있는 주체적인 미래 국가건설은 아직도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소순창 한국지방자치학회장·건국대 교수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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