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포럼] 에어컨 실외기실의 관리가 필요하다
2022-04-04 11:25


지난 50여년간 국내 1000만호 이상의 공동주택이 공급돼오면서 다양한 건축재료, 설계기법 및 기술 등이 발전해왔다. 특히 최근에는 국가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 건물의 에너지 성능이 부각되고, 제로에너지 건물 인증 의무화가 단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공동주택의 에너지 성능을 높이는 것은 국가적으로·환경적으로 매우 중요한 임무가 됐다.

공동주택의 에너지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건물의 냉난방 에너지 부하를 낮추는 것과 함께 고효율 기기를 사용해 냉난방 에너지 소비를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까지 공동주택의 냉방설비는 입주자 옵션 항목으로 다루고 있어 법적으로 명확하게 관리되지 못하고 있으며, 전적으로 에어컨 제조사의 몫으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에어컨은 기본적으로 압축기, 응축기, 팽창밸브, 증발기로 구성된 냉각 사이클과 냉매의 상변화를 이용해 실내에 냉방을 공급하고 있다. 실내기를 통해 실내 열을 회수한 후 실외기를 통해 외부로 열을 방출하는 방식이며, 따라서 실외기에서 배출되는 공기의 온도는 주변보다 훨씬 높게 된다.

에어컨 실외기의 외부 설치에 따른 구조적 안전, 설치작업자 안전, 냉각수 유출, 미관 손상 등과 같은 문제 예방을 위해 2006년부터 공동주택 세대 안에 냉방설비 배기장치 설치가 의무화됐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실내에 실외기실을 설치하는 것으로 인해 정작 에어컨 실외기의 성능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됐다. 실외기에서 열을 원활히 배출하기 위해서는 열교환기에서의 온도차와 함께 원활한 기류 유입과 배출이 필요하다. 하지만 실외기가 실내에 설치됨에 따라 실외기실로 적절한 기류가 유입되지 못하거나 실외기에서 외부로 적절히 배기가 되지 못하는 문제가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문제가 발생된 원인은 단순히 실외기를 실내에 설치한 것보다 실외기실에 대한 명확한 설계지침이 부재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2020년에 개정된 ‘주택 건설 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처음으로 실외기실 여유 공간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고, 이 법에 의해 실외기장치 주변으로 가로폭 50㎝, 세로폭 70㎝ 이상의 여유 공간을 확보를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전에 지어진 공동주택은 실외기실의 면적과 형상이 제각각이며, 실외기실 주변에 실외기 박스 같은 구조물을 만들어 원활한 공기 흐름을 막는 경우가 발생됐다.

에어컨 실외기 주변 여유 공간 확보와 함께 실외기를 가동할 때 전면부에 설치된 실외기실 루버(louver·폭이 좁은 판을 비스듬히 일정 간격을 두고 수평으로 배열한 것)의 개폐 여부와 각도 설정도 상당히 중요하다. 보통 에어컨 실외기의 정상 작동 최대 범위는 45~48도이며, 실외기실의 온도가 이보다 높아지면 에어컨은 정상 작동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원활한 실외기실의 기류 흐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에어컨 사용시 상하부 루버를 전면 개방하고 실외기 주변에 충분한 여유 공간이 확보될 수 있도록 설계 및 운영지침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최근에는 ‘투인원(2-in-1)’ 또는 ‘올인원’이라고 불리는 시스템에어컨이 공동주택의 대표적인 냉방설비로 적용되고 있다. 이 같은 방식은 하나의 큰 실외기에 다수의 실내기를 연결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냉방설비를 단순화할 수 있고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시스템에어컨의 큰 실외기가 개별 에어컨 실외기보다 커지면서 제한된 크기를 가진 실외기실에서 실외기가 차지하는 부피 비율이 커지게 되고 벽과의 이격 거리가 좁아져 원활한 기류 흐름을 저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적절한 공동주택 실외기실 설계와 운영을 통해 에어컨의 정격 성능을 확보함으로써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막고 건물의 냉방 성능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곽병창 LH토지주택연구원 주택성능연구개발센터 책임연구원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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