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경의 현장에서] 월세급등으로 돌아온 다주택자 세금부담
2022-04-07 11:10


전세 매물이 순차적으로 월세로 전환된다는 소식이 뉴스를 통해 심심찮게 전해진다. 그러면서 전환 과정에서 월세 가격이 급등한다는 내용이 더해진다.

실제 현장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월세 비중이 높은 오피스텔·원룸만 봐도 그렇다. 서울 시내 이 주거지들의 월세는 큰 폭으로 올라 있다. 최근 준공 10년차 내로 오피스텔을 구한 직장인 A씨의 목소리는 서글픔으로 가득하다. 그는 “서울에서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 공식’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보통 70만원부터 시작하고 인기지역은 90만~95만원에, 보증금 역시 1000만원이 아니라 2000만원으로 오르기도 하며 여기에 관리비 10만원을 더하면 원룸 월세가 100만원대”라고 토로했다.

가장 작은 도시의 주거생활단위까지도 아파트 전세마냥 수급난에 임대료 급등 현상이 나타난 것일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다수의 전문가와 일선 공인중개사는 ‘세금 전가’의 가능성을 크게 본다.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는 “오피스텔 소유주 대부분이 다주택자이다 보니 세금부담이 컸을 것”이라며 “양도세 다 떼고 나면 오피스텔 처음 분양받았을 때랑 별 차이가 없어 팔 수도 없고, 버티려면 돈 나올 구석이 세입자 주머니 말고는 뭐가 있겠느냐”고 일침하였다.

문재인 정부는 스물여덟 번의 부동산 정책을 통하여 다주택자를 사실상 죄악시하였다. 올해 역시 1가구 1주택자는 보유세를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하였지만 다주택자는 예외로 두었다.

양도소득세 역시 강탈 수준이다. 심지어 3주택자 같은 경우에는 지방세까지 포함하면 양도세가 무려 82%에 달한다. 집을 관리하며 들였던 수고와 시간, 여기에 투자금에 대한 수익을 생각하면 눈물을 머금고 파는 건 어리석은 행위다. ‘버틸 수밖에 없다’는 결정이 서게 마련이고, 그럼 다음 스텝은 자연스럽게 세금 부담을 세입자와 나눠질 궁리로 이어진다.

그래서 오피스텔·원룸과 같은 기초단위 주거의 비용마저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수준이 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해마다 높은 주거비용을 견디지 못한 20·30대는 서울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서울시가 최근 ‘2021 서울서베이’ 조사통계자료를 활용해 서울에 거주하는 20·30대를 분석하였더니 지난해에만 이들의 인구가 1년 전보다 2.5%인 7만4000명이 줄었다고 한다. 서울시 전출인구 2명 중 1명이 20·30대였는데, 30대가 순유출이 가장 많은 세대로 나왔다. 20대는 가족과 직업 때문에, 30대는 주택과 가족 등의 이유 탓으로 서울을 떠났다.

20·30대를 서울 외곽으로 떠미는 현재의 다주택자 세금 정책은 분명 개선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추진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유예 방안은 일단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합리화한다는 상식과 더불어 생산성 있는 젊은 층의 서울 내몰림 현상을 막는 데에도 일조할 가능성이 커 보이기 때문이다.



think@heraldcorp.com



랭킹뉴스


COPYRIGHT ⓒ HERALD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