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귀환’…마스터스 갤러리는 열광, 또 열광했다
2022-04-08 11:22


타이거 우즈가 마스터스 1라운드 16번홀서 8m 버디퍼트를 성공시킨 후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로이터]

더할나위 없이 완벽한 귀환이었다. 그가 떠나 있던 1년 4개월의 기억은 순식간에 삭제됐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골프황제’의 존재감이 필드에 쏟아졌다. 수만명의 갤러리는 틈만 나면 그의 이름을 연호했고, 그의 샷 하나하나에 환호하고 탄식했다.

타이거 우즈(47·미국)가 교통사고를 딛고 1년 4개월 만에 가진 복귀 무대서 변함없이 날카로운 샷 감각을 뽐내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우즈는 8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시즌 첫 메이저 마스터스 골프 대회 1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2개를 묶어 1언더파 71타를 기록, 단독선두 임성재(5언더파 67타)에 4타 뒤진 공동 10위에 올랐다.

지난해 2월 오른쪽 다리를 절단할 뻔한 대형 교통사고를 겪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300야드가 넘는 장타와 송곳같은 샷과 퍼트를 구사했다. 페어웨이 안착률 57%, 그린 적중률 50%로 샷 정확도는 높지 않았지만, 24번째 마스터스에 나서는 노련함을 바탕으로 정확한 코스 매니지먼트와 위기관리 능력으로 언더파를 적어냈다.

첫 티샷, 첫 버디, 절묘한 파 세이브, 그림같은 칩샷, 8m를 굴러 떨어진 버디퍼트…. 우즈의 모든 순간에 갤러리의 함성이 터져나왔다. 2020년 11월 마스터스 이후 정규대회에 첫 출전한 그의 몸짓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수천명의 갤러리가 우즈를 따랐다.

우즈의 티오프 한참 전부터 1번홀 티박스를 두세 겹 둘러싼 관중은 그가 나타날 시간이 임박하자 예닐곱 겹으로 늘어났다. 핫핑크 셔츠와 검정색 바지를 매치한 우즈가 티박스에 오르자 현장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6번홀(파3)서 홀인원이 될 뻔한 티샷과 탭인 버디가 이어질 땐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이 떠나갈 듯한 함성이 울려 퍼졌다.


타이거 우즈가 4월 7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마스터스 골프대회 첫날 페어웨이를 걷고 있다. [로이터]

우즈는 성공적인 첫날 경기를 마친 후 “기분이 좋다”고 운을 뗀 뒤 “실수도 있었지만 볼을 보내야 할 곳으로 보냈고, 실수도 만회할 수 있는 곳으로 실수했다. 퍼트도 잘해 언더파로 마쳤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가장 우려했던 몸 상태에 대해선 “예상했던 대로 아팠고 걷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체력훈련 덕분에 지치지 않았다”며 “얼음으로 부기를 빼야 한다. 목욕할 때 얼음을 엄청나게 많이 넣는 바람에 얼어 죽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사흘이 남았다. 일단 경쟁이 시작됐으니 아드레날린이 나올 것이다”며 “이 골프장은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다. 하지만 내가 뭘 해야하는 지 알고 있다. 이제 2라운드로 향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뜨거운 응원을 보낸 팬들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그는 “그야말로 전율이었다. 2019년 마스터스 우승한 후 느껴보지 못한 분위기다. 코스를 가득 메운 패트론(갤러리) 덕분에 엄청난 에너지를 받았다”고 했다.

1번홀(파4)에서 우즈는 티샷이 페어웨이를 벗어났고 두번째 샷도 그린에 살짝 미치지 못했지만 무난하게 파를 지켜냈다. 침착하게 파 행진을 이어가던 우즈는 6번홀(파3)에서 마침내 첫 버디를 잡아냈다. 6번 아이언으로 티샷한 볼을 홀컵 3m에 붙인 후 가볍게 버디를 낚았다. 첫 버디가 나오자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이 떠나갈 듯한 함성이 울려 퍼졌다.

8번홀(파5)서 실수로 타수를 잃은 우즈는 아멘코너(11~13번홀)의 마지막인 13번홀(파5)서 버디로 반등했다. 213야드를 남기고 친 세컨드샷을 그린에 올린 뒤 8m 이글 기회를 맞았고 버디를 잡아냈다.

그러나 이어진 14번홀(파4)서 보기를 기록한 우즈는 16번홀(파3)에서 8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고 특유의 주먹 세리머니로 관중을 열광케 했다. 18번홀(파4)서 세 번 만에 그린에 볼을 올린 3m 파퍼트로 마무리한 우즈는 모자를 벗어 응원하는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불과 2주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장면들이었다. 우즈는 지난해 2월 혼자 몰고 가던 자동차가 도로 아래로 추락하며 다리를 절단할 뻔할 중상을 입었다. 지난 10월까지도 목발을 짚고 다녔던 우즈는 그러나 불굴의 의지로 한편의 드라마를 완성했다.

한편 한국 골프 간판 임성재는 마스터스 1라운드에서 단독선두로 나섰다. 2020년 마스터스 준우승자 임성재는 이날 이글 1개에 버디 5개, 보기 2개로 맹활약하며 5언더파 67타를 기록, 캐머런 스미스(호주·4언더파 68타)를 1타 차로 따돌렸다. 한국 선수가 마스터스 첫날 선두에 오른 것은 임성재가 처음이다. 임성재는 PGA투어 통산 세 번째 우승을 ‘꿈의 무대’ 마스터스에서 따낼 절호의 기회를 마련했다. 조범자 기자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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