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냉정한 산업전쟁, 반도체가 승부처
2022-04-11 13:11


글로벌 산업전쟁의 시대다. 최근 세계 자유무역 흐름이 자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보호무역으로 바뀌었다. 미국, 중국, EU(유럽연합) 등 가리지 않는다. 산업별로 보면 더욱 뚜렷해진다. 반도체가 대표적이다. 디지털 시대에 반도체는 ‘미래산업의 쌀’로 불린다. PC, 스마트폰 등 IT기기는 물론 자동차, 데이터센터까지 광범위하다.

한국은 반도체강국으로 불린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D램, 낸드플래시 등을 중심으로 한 메모리 반도체 강자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선전으로 메모리시장에선 점유율 60%로, 세계 1위다.

그러나 메모리보다 시장이 약 3배 큰 시스템반도체나 파운드리(반도체칩 위탁생산) 등 비메모리 쪽으로 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시스템반도체는 인텔, 퀄컴,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파운드리는 대만의 TSMC가 점유율 53%(지난해 3분기 기준)로, 독보적 1위다. 삼성이 열심히 쫓아가고 있지만 17%에 그친다. 한국의 비메모리시장 점유율은 4% 수준이다. 최근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자동차 생산에 차질을 빚는다고 했을 때 일반국민이 ‘한국이 반도체강국인데 왜 그런가’ 하는 의문을 품은 것도 이 때문이다. 메모리에 가려진 착시다.

최근 들어 세계 각국이 반도체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미국은 반도체산업에 5년간 520억달러(약 63조원), EU도 430억유로(약 58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각국 기업들의 투자액도 수십조원에 이른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지난해 각각 반도체에 43조6000억원과 13조4000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다른 경쟁 국가에 비해 정부 차원의 지원책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지난해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은 1280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20%가량을 차지한 효자다.

반도체는 투자산업이다. 투자 독려를 위한 파격적인 국가적 지원은 물론, 투자세액공제 확대 등을 통해 민간투자를 적극 유도해야 한다. 정부도 지난 2월 반도체특별법을 통한 지원책을 내놨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특히 관련 인력은 태부족이지만 인재 확보는 수도권 대학 입학정원 제한에 가로막혀 있다.

반도체가 냉정하고 치열한 세계 산업전쟁의 승부처임에도 우리 정부의 지원은 소극적이었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은 공장을 짓는다고 하면 토지부터 세제, 기본적인 인프라까지 모두 지원해주는데 우리는 물과 전기 공급까지도 직접 확보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실제 2019년 발표된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계획은 환경영향평가 등으로 3년 넘게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경제단체장 만남에서 “요즘 전쟁은 총이 아닌 반도체가 하는 것이란 말이 있다”고 했다. 7일엔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을 상공에서 바라보며 반도체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도 피력했다. 마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도 반도체전문가가 됐다.

핵심은 파악했고, 의지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실천만 남았다. 반도체산업 지원 행보가 국가미래산업 육성에 대한 새 정부의 의지를 판단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반도체부터라도 우선 확실히 키워야 한다.



happy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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