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화폐 제조 넘어 디지털 플랫폼기업으로
2022-04-14 11:22


코로나19로 인해 삶의 모든 활동을 모바일로 해결하는 비대면 시대가 일상화됐다. 스마트폰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결제까지 끝내는 비대면 결제가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현금 없는 클린버스가 등장했으며, 점원 대신 주문받는 무인 키오스크는 신용카드 혹은 모바일페이로만 결제가 가능하다. 더는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특별히 불편하지 않은 ‘현금 없는 사회’가 도래하고 있다.

화폐를 제조하는 조폐공사에 현금 없는 사회는 큰 위기다. 설상가상 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이 급감하면서 연간 500만장 안팎으로 발급되는 여권이 40만장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화폐와 여권은 조폐공사의 본원적 사업인데 두 부문이 모두 위기를 맞았다. 위기와 기회는 기업에 동전의 양면이다. 조폐공사는 본원적 사업의 위기를 타개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ICT사업부를 설립하고 전담임원을 영입하는 등 조직을 크게 확대했다. 지난 70년 동안 은행권, 유가증권 및 여권, 주민등록증 등을 공급하면서 축적한 위·변조 방지기술을 디지털 환경에서도 구현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비대면 시대에서도 결제 및 신분 인증 수단의 신뢰성과 보안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전환을 위한 조폐공사의 다양한 노력은 정부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행정안전부로부터 모바일 신분증 및 전자서명 전문기관으로 지정받고 올해 1월 우리나라 최초의 모바일신분증인 모바일운전면허증 시범사업에 착수했다. 올해 최소 100만건 이상 발급을 전망한다. 아울러 다양한 민간 인증서의 공통 라이브러리 형태로 통합·제공하는 ‘전자서명 공통 기반사업’도 추진 중이다.

지난 3월에는 행안부로부터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 데이터 개방사업 전문기관’으로 지정받았으며 지역사랑상품권 플랫폼 ‘착(chak)’을 광역 단위 통합 플랫폼으로 확장 구축해 모바일상품권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정책수당 지급으로 서비스를 제고하고 쇼핑몰, 관광명소와 연계한 서비스로 지역경제의 부가가치 창출에 나서고 있다. 착 서비스는 올해 80여개 지방자치단체 가입자 수 2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보유 중인 첨단 위·변조 방지기술을 활용한 IoT 보안모듈사업도 적극 추진해 현재 주유소 계량기에 적용돼 주유량 계측의 해킹 위·변조를 방지하는 데에 이용하고 있다.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연결사회가 다가옴에 따라 앞으로 전기·수도 원격검침용 스마트미터, 전기차 충전기용 보안모듈 등으로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1902년 설립된 네덜란드의 ‘DSM’은 석탄회사였다. 석탄산업이 사양산업으로 접어들자 DSM은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 화학·제약사업을 키우면서 글로벌 우량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DSM의 변신처럼 조폐공사도 화폐 제조에서 축적한 차별화된 위·변조 방지 및 보안기술을 디지털 분야의 신사업과 연결시켜 ICT 전문 공기업으로 확실히 자리 잡을 것으로 확신한다.

조폐공사 임직원들은 가치를 만들고 신뢰를 이어준다는 사명감으로 ‘초연결 시대의 국민 신뢰플랫폼 파트너’라는 꿈을 실현해가고 있다.

반장식 한국조폐공사 사장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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