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DSR만으론 한계, 금융혁신에 답 있다
2022-04-18 11:21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뜨거운 감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서민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담보인정비율(LTV)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LTV를 높이려면 필요조건인 DSR 완화가 수반돼야 한다. 가계부채가 더 늘어날 위험부담에 윤 당선인의 인수위는 DSR에는 손대지 않기로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진다. DSR는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빌리라’는 취지다. 선진국들에서도 같은 개념을 적용하고 있다. 적어도 대출건전성을 관리하는 데에는 꽤 중요한 수단이다. 변수는 국가적인 특수성이다. 계획대로면 올 하반기부터 DSR 규제가 강화된다. 전세대출도 새롭게 포함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전세제도는 가계의 숨은 부채다. 주거안정을 위해 전세대출을 완화하면서 대출로만 전세를 살 정도가 됐다. 전세가가 오르는 건 당연했다. 발빠른 사람들은 대출로 전세를 살면서 자기자금으로는 다른 집을 전세를 끼고 샀다. 전세가 집값을 끌어올린 구조다. 서울 주택 중위가격은 지난해 이미 10억원을 돌파했다. DSR 40%면 연소득 1억원인 가구도 6억원(연이자율 5%)까지만 빌릴 수 있다. 세금 등을 고려하면 5억원 이상의 현금이 있어야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 지난 2월 서울의 중위주택 전세 가격은 3억8000만원을 넘었다. 아파트 전세는 6억원 이상이다. 만기가 짧은 전세대출에까지 DSR가 적용되면 대규모 차입 축소가 나타날 수 있다. 반전세나 월세가 늘면 임차인이 보증금으로 부담했던 차입의 상당 부분이 집주인에 넘어간다. 집주인으로서는 보증금 감소에 따른 DSR 압력을 완화하려면 월세를 높여 소득을 늘려야 한다. 임차인에는 거주비 부담의 증가다. 목돈마련은 더 어려워진다. 전세대출이 새롭게 DSR 규제에 포함된다면 매매은 물론 임대시장에도 엄청난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DSR의 지향점은 가계부채 관리지만 정부의 또 다른 지향점인 주거안정과 거리가 너무 멀다. 연간소득(중위권 소득)으로 집(중위가격)을 사는 데 몇 년이 걸리는지를 나타내는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2020년 8월 기준)을 보자. 서울은 24로, 파리(22) 런던(21.2) 뮌헨(16.9) 도쿄(14) 뉴욕(10.8) 등 선진국 주요 도시보다 높다. 소득증가율이 이자율이나 자산가격 상승률보다 높다면 돈 모아 집을 살 만하다. 지금의 집값은 이미 일반근로자의 급여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대출을 너무 조여 집값이 급락한다면 경제위기가 초래될지 모른다. 물론 가계대출을 마냥 느슨히 놔둘 수도 없다.

금융 시스템의 안정과 주거안정의 거리를 줄이려면 세밀한 정책이 필요하다. 대출심사 기준이 DSR를 넘어 더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 정부가 계속 LTV, DSR 같은 기준을 직접 제시한다면 금융회사의 대출심사가 정교해질 유인이 적다. 은행의 ‘전당포식’ 영업도 정부 관리에만 길들여진 결과다.

소득과 자산 외에도 개인의 차입부담 능력을 측정할 방법은 다양하다. 금융회사별로 차별화된 평가 시스템을 갖추는 게 중요다. 인터넷전문은행을 만들고 마이데이터를 도입한 이유가 무엇인가. 제대로 평가해 필요한 이에게는 정부의 도움을 보태서라도 적정한 대출이 이뤄지게 해야 한다. 주거안정과 가계부채의 딜레마를 해소할 실마리를 금융혁신에서 찾아봄 직하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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