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도 멘톨 등 가향담배 퇴출한다
2022-04-29 11:24


지난 2018년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샌프란시스코의 한 가게에 멘톨(박하향) 담배와 일반 담배가 함께 진열돼 있다. [AP]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멘톨(박하향) 담배 등 가향(加香) 담배 판매 전면 금지를 추진한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FDA는 이 같은 내용의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규제의 대상은 연초형 담배에 한정되며 전자담배는 제외된다. FDA는 다음 달 4일 상세 규정을 공개할 예정이며, 6월엔 공청회도 열 계획이다.

계도 기간을 설정하고 단계적 판매 제한 조치를 시행하기까지 최소 1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면 판매 금지 조치는 2024년 이후에 가능할 전망이며, 미 증권업계에선 2026년까지 늦어질 가능성도 보고 있다.

앞서 유럽연합(EU)과 캐나다에선 각각 2020년, 2017년부터 멘톨 담배 판매가 금지됐는데 미국도 이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한국에선 아직 관련 규제가 전무하다. 하비에르 베세라 미국 보건장관은 “이번 조치가 청소년들이 새롭게 흡연 인구에 유입되는 것을 막고, 성인 흡연자들이 금연을 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FDA는 지난 2013년부터 멘톨 담배에 대한 규제를 추진했지만, 글로벌 거대 담배 회사들과 담배 주 산지인 노스캐롤라이나주(州) 정치인들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멘톨 담배는 담배에 인공 박하향을 넣은 것으로, 담배의 쓴맛을 감추고 담배에 대한 호기심을 높여 청소년과 여성 등의 흡연 장벽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박하향 감미료는 말단 신경을 마비시켜 니코틴 의존을 심화하고, 니코틴이 폐에 깊숙이 흡수되도록 한다. 이외에도 각종 과일·초콜릿맛 등의 가향 담배는 합성 첨가물 때문에 발암 물질을 더 많이 만들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멘톨 담배는 연 800억달러(약 102조원) 규모 미국 전체 담배 시장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한다고 NYT는 전했다. 약 1850만명이 멘톨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것이다.

담배 업체들의 타격 역시 상당할 전망이다. 던힐·켄트 등을 생산하는 글로벌 담배 제조사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BAT)의 경우 그룹 전체 수익의 30%가량이 미국 내 멘톨 담배 판매에서 나온다는 분석도 있기 때문이다.

BAT는 “앞서 멘톨 담배 판매가 금지된 캐나다·EU에서도 전체 판매 매출이 크게 줄지 않았다는 분석이 있다”며 “경영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조치는 특히 미국 내 흑인 흡연자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백인 흡연자 가운데선 29% 만이 멘톨 담배를 피우는 반면, 흑인 흡연자의 경우 85%가 멘톨 담배를 피우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최대 흑인 인권단체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의 데릭 존슨 회장은 “형평성, 정의, 공중보건 문제에 있어서 큰 승리”라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선 인종차별적으로 흑인들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반발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반발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말보로를 주력 상품으로 판매하는 미국 담배 회사 필립 모리스의 모회사 알트리아그룹은 “특정 제품을 합법적 시장에서 철수시키는 것은 암거래로 인한 범죄를 증가시킬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고, 일부 경제 단체들은 백악관에 “멘톨 담배 판매 금지 시행 첫 해에만 66억달러(약 8조4051억원) 규모의 연방·주 세금이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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