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영통신 ‘우크라戰은 러 침략’·‘젤렌스키는 강력한 지도자’…왜? [나우,어스]
2022-05-04 10:20


시진핑(習近平·왼쪽) 중국 국가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러시아와 ‘신(新) 밀월’ 관계를 과시하던 중국의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태도에 미묘한 변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중국 관영통신이 그동안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보도에선 사용하지 않던 ‘침략(入侵)’이란 표현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에 대한 중국 측의 불만 섞인 시선이 표현된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전면전’ 선포와 ‘종전’ 가운데 어떤 선택지를 러시아가 고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 한 단독 인터뷰 기사를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했다(俄羅斯入侵烏克蘭)”, “러시아가 우리 영토를 침략했다(俄羅斯入侵我國領土)”고 말한 쿨레바 장관의 말을 그대로 한자로 표기해 전했다.

비록 쿨레바 장관의 발언을 인용한 형태긴 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크렘린궁이 주장한 ‘특별군사작전’이란 표현을 사용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상당히 이례적인 것이다.

앞서 중국 외교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에 대해 러시아가 주장하고 있는 ‘작전’이란 표현 대신 ‘전쟁’이란 표현을 했을 때도 외신들은 일제히 대서특필한 바 있다.

중국이 공식 채널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러시아의 침략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인터뷰 중엔 쿨레바 장관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대표 정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언급한 내용도 담겼다. 쿨레바 장관은 “러시아가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을 위태롭게 한다”며 “세계 식량 위기는 물론 중국 경제 등에 위협을 주는 것을 러시아”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신화통신은 스페인 일간 ‘엘 파이스’ 소속 기자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지칭해 전쟁을 잘 키러내고 있는 강력한 지도자라는 내용으로 작성한 기사를 그대로 요약해 보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중국 측의 변화를 두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불편한 심기가 드러난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확전과 종전의 기로 속에 현 사태를 빨리 마무리하길 바라는 중국 측의 입장이 간접적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중국 지도부의 민족주의 정서를 대변해온 옌쉐퉁(閻學通) 중국 칭화(淸華)대 국제관계연구소장은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 탓에 중국이 무역에 차질을 빚는 등 ‘전략적 곤경’에 빠졌다”고 러시아 측을 비판한 바 있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 간의 관계가 소원해졌다고 보긴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자유유럽방송/자유라디오(RFE/RL)은 “중국 언론들은 여전히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인해 발생한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의 피해 상황 등은 보도하지 않고,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서방이 러시아를 자극해 전쟁이 벌어졌다는 주장도 지속하고 있다”며 “중국 외교관들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우크라이나 지도부는 ‘신나치’라는 내용의 게시물을 공유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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