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기'에 속 타는 복지부, 장관급 국제회의에 차관이 참석
2022-05-13 07:49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헤럴드경제 DB]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장관 임명에 실패한 보건복지부가 새 정부 출범에도 첫발을 떼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자녀 편입·병역 의혹 등 각종 의혹에도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새로운 인물을 임명하는 과정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탓에 전임 정권이 임명한 권덕철 장관이 국무회의 정족수를 맞추기 위해 새 정부의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가하면 국제 장관 회의에 차관이 대리 참석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1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기일 복지부 2차관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세안 보건장관 회의(AHMM)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오후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탄다. 출국 전에는 오전에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한다. 아세안 보건장관 회의에는 원칙대로라면 장관이 참석해야 한다. 하지만 장관 임명이 늦어지면서 결국 이 차관이 장관 대신 장관 회의에 참석하게 된 것이다. 이 차관은 자카르타에서 제1차 한-아세안 보건장관 회의, 제9차 아세안+3 보건장관회의 등 여러 일정을 소화한 뒤 17일 귀국할 예정이다.

일정 중 ‘제1차 한-아세안 보건장관 회의’는 문재인정부에서 아세안(ASEAN)과 협력을 강화하면서 올해부터 신설된 회의다. 코로나19 백신 협력 강화 등을 모색하는 자리라는 의미가 있다. 처음 열리는 이 회의가 잡힌 시기가 공교롭게도 복지부 장관 교체 시기와 맞물려 장관이 참석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해외의 장관 회의를 차관에게 맡기게 된 권 장관은 전날에는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전임 정권 임명 장관으로는 이례적으로 새 정부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이에 앞서 지난 11일 열린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는 중대본 1차장인 권 장관은 참석하지 않고 이기일 신임 차관이 회의를 주재하기도 했다. 복지부 2차관이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는 일은 이전에도 종종 있었지만, 새 정부 첫 회의의 무게감이 아무래도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17일 귀국하는 이 차관은 18일로 예정된 중대본 회의에는 참석할 수 있다. 일상 회복으로의 연착륙을 도모하고 가을 재유행기를 대비할 중요한 시점에서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복지부 안팎에서 우려의 시선이 많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11일 브리핑에서 “중대본을 구성하는 지휘부 자체가 교체되는 시기이고 대통령실을 비롯한 주변 정부 기구들도 하나씩 모습을 갖추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들이 다 이행되면 전반적인 방역 전략에 대해서 좀 더 세밀하게 논의하고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박진 외교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지만 정호영 후보자에 대한 장관 임명은 보류했다. 당초 임명을 강행할 것이란 관측이 높았지만, 6·1 지방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정 후보자가 ‘자진사퇴’ 해주길 바라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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