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칼럼] ESG는 기업의 생존전략
2022-05-16 11:27


‘미닝아웃’이란 의미·신념을 뜻하는 ‘미닝(meaning)’과 밖으로 나온다는 뜻의 ‘커밍아웃(coming out)’이 합쳐진 신조어로, 사회적 가치나 의미를 담은 상품을 구매함으로써 자신의 신념을 표출하는 것을 말한다.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이나 윤리경영, 친환경, 동물복지 실천 등을 고려하는 이른바 ‘가치소비’ 트렌드다. 가치소비는 MZ세대를 대변하는 사회 현상으로 꼽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이 구입한 제품의 가치를 공유하고, 비윤리적이거나 불공정한 기업,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기업의 제품에 대해서는 불매 운동을 벌이기도 한다.

지난해 한 조사에 따르면 MZ세대의 79%가 “나는 가치소비자”라고 답하였으며, 기업의 ESG 활동 가운데 관심 있는 분야는 ‘E(환경), (사회적 책임), G(지배구조)’ 순서로 나타났다. ESG 경영이 소비자들의 의사 결정에 중요한 기준이 된 것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최고경영자 CEO 로런스 핑크는 “ESG 사업 전략을 채택하지 않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하였다. 그는 투자기업들에 보낸 연례 서한을 통하여 ‘탄소 없는 미래’를 계획하지 않는 기업은 뒤처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ESG 경영은 기업의 매출이나 투자와 직결되고 있다.

특히 지구 전체 온실가스의 31%가 먹거리 생산·유통·소비에서 나온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농식품기업들에는 보다 책임감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 세계 각국의 식품기업들도 다양한 ESG 경영 전략을 시행하고 있다.

네슬레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일 계획으로, 2019년에 식품업계 최초로 포장과학연구소를 설립했다. 에코 디자인을 통해 포장재를 감축하고, 전 제품의 약 88%를 재사용 또는 재활용할 수 있는 포장용기로 생산하고 있다. 네슬레는 식물 기반 제품에 투자해 유럽 시장에 식물성 버거와 비건참치 등을 출시하기도 했다. 식음료기업인 다논과 스타벅스는 마이크로소프트, 나이키, 유니레버 등 주요 다국적 기업과 함께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기 위한 ‘넷제로 변환’ 포럼을 만들고 공동 협력에 나서고 있다. 2050년까지 ‘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세운 맥도널드는 필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매장을 선보였고, 일본의 대형 유통매장 이온은 2025년까지 음식물쓰레기 50% 절감을 목표로 잡고 육류포장에 진공스킨을 도입해 소비기한을 10일가량 연장시켰다.

국내 농식품기업들도 ESG 경영을 강조하고 있지만 국내외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구체적 목표와 전략은 아직 미흡해 보인다. 우리 농식품이 내수 시장을 넘어 해외 수출시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ESG 경영 실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올해 4월까지 우리 농수산식품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5% 증가한 41억달러를 기록했다. 농수산식품 수출이 지난해의 100억달러 달성을 넘어 새 수출역사를 쓰기 위해서 반드시 선행돼야 할 전제조건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최근 ESG 경영 선포 1주년을 맞아 성과보고회를 했다.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기업 및 단체들과 함께해온 저탄소 식생활 캠페인의 지난 1년간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보는 자리였다. 앞으로도 농식품 관련 기업들이 다양한 기관, 단체와 협력해 ESG 경영을 실천한다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ESG 경영은 이제 기업의 필수 전략을 넘어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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