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당일 취소된 ‘실손보험 누수TF’…업계, 소비자는 발만 '동동'
2022-05-19 10:23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지난 13일 ‘지속가능한 실손보험을 위한 정책협의체’ 실무자 전체회의가 (실손보험TF)가 열릴 예정이었다. 지난달 2월 28일 이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보험연구원, 보험업계 등 관계 기관들이 처음으로 모두 참석하는 자리로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회의였다. 이날 회의에서는 비급여 치료 전반에 대한 구체적인 보험금 누수 대책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날 회의를 통해 어느 정도 방향이 잡힐 수도 있다는 기대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회의 준비를 하던 업계 관계자는 회의 몇 시간 전 황당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날 오전 개최 예정이었던 실손보험TF 실무자 전체회의가 취소되고 회의가 서면으로 대체됐다는 것이다. 결국 업계는 건의사항을 서면으로 준비해 금융당국에 전달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당일 날 급작스레 회의가 취소된 배경은 더욱 이해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회의 취소 배경으로 12일 오전 이날 회의를 예고한 본지의 보도를 꼽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실손보험과 관련한 언론보도가 부담스럽다”며 회의 취소에 보도가 영향을 줬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았다. 본지는 12일 ‘尹정부 출범 후 첫 실손보험 TF 개최…백내장 보험금 청구 더 깐깐해진다’는 제목의 기사를 전하며 보건복지부가 여전히 불참한다는 사실을 전했다.

금융당국은 실손보험 정책협의체에 관한 보도로 보험금 누수가 집중된 백내장이나 도수치료 등에 대한 청구가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는 누적 적자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업계와 당국간의 논의의 장 자체가 없어진 사실 자체를 명쾌히 설명하지 못한다.

오히려 논의의 진척이 없어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는데 따른 부담으로 실손TF가 취소됐을 것이라는 게 합리적인 추론으로 보인다. 비급여관리의 핵심키를 쥔 복지부가 실손보험 TF에 참여하지 않는 것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보험업계 입장에서는 실손보험 문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금융감독원이 2일 발표한 ‘2021년 실손보험 사업실적 및 감독방향’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 손익은 2조860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보험사 대량 파산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오기도 했다.

실손보험은 업계 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시급한 문제다. 앞으로 기준이 달라져 일부 치료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4월 한 달간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소비자 상담 내용을 분석한 결과 전달 대비 상담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부문은 실손보험으로 382건이 접수돼,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70.9% 증가했다.

‘지속가능한 실손보험을 위한 정책협의체’는 비급여 관리를 강화하겠다며 지난 1월 출범한 회의체다. 지난 13일 회의가 취소되면서 4개월 동안 실무자 전체회의는 한 차례 밖에 열리지 않았다. 복지부의 불참으로 반쪽 짜리 협의체라는 지적도 여전하다. 업계와 소비자는 금융당국만 바라보며 발만 굴리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실손보험 문제 해결에 좀 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하는 이유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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