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은희경이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디어라이프에서 열린 장편소설 '새의 선물' 100쇄 기념 개정판 출간 간담회에서 출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27년에 걸쳐 100쇄가 됐다는 게 각별하게 느껴집니다. 한 순간에 관심 받은 작품이 아니라 27년 동안 독자들이 ‘새의 선물’이 던진 질문에 공감해줬다는 건 작가로서 행복한 일이죠.”
소설가 은희경의 장편소설 데뷔작 ‘새의 선물’이 100쇄를 기록했다. 당시 신생출판사였던 문학동네가 1995년 제정한 문학동네소설상 첫 수상작으로 선보인 이래 ‘새의 선물’은 세대를 넘어 꾸준히 사랑받은 클래식으로 자리매김했다.
은희경 작가는 30일 오전 합정동 한 카페에서 가진 100쇄 기념 개정판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새의 선물’은 문운을 가져다 준 소설이다”며, 그렇지만 “저에게는 굉장한 빛이자 그늘이기도 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책 덕분에 단박에 인기작가로 발돋움했지만 한편으론 이 소설로만 평가를 받아 작은 동그라미 그림자 안에 갇힌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작가는 100쇄 기념 개정판을 내면서 몇몇 잘못된 용어나 표현을 바꾸었다. ‘앉은뱅이 의자’ 나 ‘벙어리 장갑’ 등 주로 장애인이나 여성비하 표현들이다.
그는 처음으로 온전히 소설 전체를 읽어보면서 “90년대에는 이런 말을 타인에게 함부로 했구나. 이걸 요즘 시대에 맞게 고칠 수 있어서 다행이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90년대 쓰여진 소설로 그 시대 분위기를 어디까지 살리고 고쳐야 하나 고민이었다며, 명백하게 잘못된 것만 바꾸었다고 했다.
“작가로 세상을 보는 관점은 그 시대를 재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석하는 관점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앉은뱅이 의자는 좌식 의자로 고쳤지만 할머니 욕은 그대로 뒀다.”
은 작가는 이번에 나온 개정판을 “27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의 공동작업”으로 설명했다.
그는 문학성에 대한 기준이나 독자 취향도 바뀌고 대중적 콘텐츠들이 넘쳐나는 속에서도 문학만의 역할이 있음을 강조했다. “문학에서만 할 수 있는 게 있다. 글에만 담을 수 있는 사유가 있다”는 것이다.
소설을 쓸 당시 35살의 평범한 주부로 살던 그는 90년대의 삶이 답답했고, 현재의 상태가 어디서 비롯됐는지 돌아보고 싶었다며, 그 지점이 12살이었다고 소개했다. 당시 해발 1000미터가 넘는 절의 좁은 선방에서 오직 쓰기에만 몰입했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 이거였구나. 그런 힘이 계속 끌고 갔던 것 같다. 내 스스로 원해서 하는 느낌이 강했던 건 처음이었다. 산짐승도 울었는데. 무서운 줄도 몰랐다.”
27년 전 출간 당시엔 모두 팔린 만한 책으로 여기지 않았다는 뒷얘기도 들려줬다. 당시 강태형 대표가 10만부가 팔리면 차를 사주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편집위원들이 모두 당치 않다는 의미로 웃었다며, 결국 그 해에 차를 선물로 받았다고 들려줬다.
‘새의 선물’이란 제목은 자크 프레베르의 시 ‘새의 선물’에서 따왔다.
“책장 앞에 서서 새의 선물이란 시가 사로잡았던 순간을 기억한다”며, 그는 “인생은 선물이지 않나는 생각을 때때로 한다”고 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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