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용산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집주인이 외국인인 임대차계약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증가했다. 주택시장이 관망세로 주춤한 사이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입이 최근 다시 증가한 영향이다. 외국인의 일부 투기성 부동산 거래가 시장을 교란하는 요인이 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제시한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 규제 강화에 속도를 낼지 관심이 쏠린다.
14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등기소와 주민센터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임대차계약 중 외국인이 집주인인 사례는 총 2359건으로 확인됐다. 이는 4월(1554건) 대비 51.8% 늘어난 것으로 2010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많다.
월간 기준 임대인이 외국인인 계약이 2000건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월평균 1000건을 하회했으나 하반기부터 규모가 늘더니 올해 들어선 1000건 중반대를 기록해왔다.
최근 전월세신고제 시행 등의 영향으로 확정일자 신고 건수 자체가 급격히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외국인 임대인 비중은 증가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임대 주체가 개인인 임대차계약 중 외국인 임대인 비중은 5월 기준 0.67%로 역대 가장 높다. 올해 1월(0.57%)과 비교해 0.1%포인트 늘었고 지난해 1월(0.47%)보다는 0.2%포인트 증가했다.
업계는 집주인이 외국인인 임대차계약이 늘어나는 이유를 부동산 취득과 관련한 각종 규제나 세 부담에서 내국인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국내 시장 진입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실제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취득은 증가세가 뚜렷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외국인의 국내 건축물 거래 건수는 2만1033건으로 2년 연속 2만건을 넘었다. 2019년(1만7763건)보다 18.4% 많은 수치다.
특히 집값 급등기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외국인의 주택 매입이 늘면서 외국인의 건축물 거래 건수는 월간 기준 최고 2000건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말부터 주택시장이 관망세를 보이면서 외국인 거래도 다소 줄었으나 최근 들어 다시 증가하는 흐름으로 전환됐다. 특히 지난 4월 외국인의 국내 건축물 거래 건수는 1537건으로 올해 1월(1138건) 대비 35.1%나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 안팎에선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내놓은 각종 금융·조세 정책이 외국인에게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 우려가 있는 데다 불법적 외환거래나 탈세 또한 늘어나고 있어서다.
윤석열 정부가 외국인의 투기성 주택 거래를 규제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관련 논의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비거주 외국인 주택거래 허가제를 도입하고 주택거래 자금출처 조사를 내국인과 동일하게 적용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간 여러 차례 제시된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 규제책이 상호주의 원칙, 차별금지 조항 등의 이유로 법제화되지 못했으나 최근 해외에서도 외국인 투자자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정책 입안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인 부동산 취득과 관련한 현황 파악도 빠른 시일 내 이뤄져야 한다고 업계는 강조했다.
구강모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재 싱가포르, 캐나다 등 여러 국가들이 외국인 부동산 투자에 대해 추가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며 “주택시장의 안정화와 내국인 역차별 문제 해소에 중점을 둔 외국인 부동산 투자 규정의 조속한 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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