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미국의 인플레이션발(發) 경기침체 우려가 시장을 뒤흔들면서 상대적으로 흔들림이 덜한 '저변동성' 팩터(투자요소)가 주목받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200 지수는 연초 이후 18% 가량 하락한데 비해 변동성이 낮은 종목들로 구성된 코스피200 가치저변동성 지수는 11% 떨어지는데 그쳤다. 에프앤가이드가 산출한 'FnGuide Low Vol' 지수의 하락폭은 같은 기간 3.2%에 불과하다.
미국 시장도 마찬가지다. 각 팩터별 연초 이후 움직임을 보면 저변동성 팩터가 폭락장에서 제법 선전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표적인 저변동성 투자상품인 'Invesco S&P 500 Low Volatility ETF' (SPLV)는 연초 이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를 7%포인트 가량 상회하고 있다. SPLV는 최근 12개월간 주가 변동성이 가장 적은 100개 기업을 편입한다. 이에 따라 필수소비재나 유틸리티 같은 경기 방어 섹터의 비중이 높다. 각 종목 간 상관관계는 고려하지 않는다.
변동성이 높다는 것은 리스크가 높다는 것과 같은 뜻으로, 그만큼 고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변동성이 높은 기술주 위주의 조정이 두드러지면서 변동성이 낮은 주식이나 투자상품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우월한 상황이 나타난 것이다. 이른바 '저변동성 이상현상'(low volatility anomaly)이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으로 미 경제매체 CNBC에서 '매드머니'를 진행하는 짐 크래머는 앞으로 이어질 약세장에서의 인플레이션에서 살아남기 위한 열쇠로 저변동성을 꼽으며 "지루함에 박아놓으라"고 말했다.
다만 저변동성 투자가 언제나 투자자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은 아니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이 10년 주기로 S&P500지수와 S&P500 저변동성 팩터 지수를 비교한 결과 기술주 위주로 하락했던 2000년대 초반은 저변동성 팩터 지수의 하락이 상대적으로 약했고 회복도 빨랐다.
하지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가 이어졌던 2007~2013년, 그리고 코로나19 우려가 치솟은 2020년 상반기처럼 시장 전반에 리스크가 확대됐을 땐 팩터 상관 없이 시장과 동일하게 하락했다. 쉽게 말해 시장 전체가 무너져내리면 저변동성 투자도 별 수 없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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