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포럼] 논공행상 인사권, 백지수표 준 것이 아니다
2022-06-16 11:32


선거가 끝나고 ‘정치의 계절’에서 ‘인사의 계절’로 변하고 있다. 중국의 덩샤오핑은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했지만 민주정부의 권력은 인사권에서 나온다. 선거에 승리한 당선자는 국민이 인사권에 대해 ‘백지수표’를 준 것으로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국내외 민간기업은 인재영입에 사활을 건다. 반면 선거승리자의 논공행상은 기여도가 주된 기준이므로 정치적 고려가 인사원칙이 될 수밖에 없다. 훌륭한 인재의 모델은 시대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유능함’과 ‘감동성’의 겸비다. 동서양 역사에서 파격 인사로 회자되는 감동적 인사 사례를 기억해본다.

기원전 고대 중국의 춘추 시대 첫 번째 패자는 제나라의 환공이다. 제 환공은 이복 형과의 왕위전쟁에서 승리해 왕좌에 올랐다. 패배한 형의 참모는 ‘관포지교’로 유명한 관중이다. 승리한 환공의 참모인 포숙아는 사형위기에 놓인 관중을 구명함과 동시에 관중을 자기 대신 재상으로 등용을 추천한다. 제환공은 당시 기준으로 3족을 멸해야 하는 역적인 관중을 재상으로 등용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관중이라는 인재 발탁을 통해 당시 변방이던 제나라(현 산둥반도)는 강대국이 되고, 환공은 중국 역사의 위대한 군주가 됐다.

당태종 이세민은 ‘정관의 치’로 불리는 중국인들이 최고로 평가하는 태평성대(太平聖代)의 군주다. 당태종은 ‘형제의 난’을 통해 형을 죽이고 왕위를 찬탈한 군주이다. 당시 형의 최측근 참모는 위징이다. 왕위에 오른 당태종은 반대편에 있던 위징을 포용하여 지금의 국무총리로 발탁하여 당나라 건국의 기초를 다지고, 중국 역사상 최고의 성군으로 평가받는다. 당태종 실정(失政)의 하나가 고구려 침략이다. 고구려와의 전쟁에서 패하고 귀국길에 당태종은 주변에 “위징이 살아 있었다면 불필요한 전쟁이 없었을 것”이라고 한탄했다는 후일담이 전해진다.

미국의 16대 대통령 링컨은 현대의 통합 미국을 만든,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이다. 대통령에 당선된 후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로 치열한 경쟁자였던 윌리엄 수어드를 국무장관으로 임명했다. 링컨의 위대성은 뉴욕주 상원의원과 뉴욕주지사를 거친 거물급 정적인 수어드를 포용하여 제2인자로 발탁한 점이다. 수어드 국무장관은 링컨을 도와 남북전쟁을 승리하고, 전쟁 승리 후 패배자인 남부 연방주들에 대해 관용 정책을 펼쳐서 통합된 신흥 강대국 미국을 만드는 데에 기여한다. 수어드는 1871년 알래스카를 러시아로부터 당시 연방정부 예산의 3분의 1에 달하는 720만달러의 거액을 주고 구입했다. 당시 여론은 아무 쓸모없는 얼음덩어리 땅을 샀다고 비판하고, 신조어 ‘수어드의 바보 짓’은 바보스러움의 대명사로 회자됐다. 하지만 알래스카 구입 30년 후 미국 의회는 ‘자원의 보고’ 알래스카를 구입한 수어드에게 감사훈장을 수여했다.

조선 후기의 성군인 영조와 정조의 인사 원칙은 집권 당파의 인물과 반대파 당파의 인물을 두루 포용하는 ‘탕평 정책’을 통해 유능한 인재의 발탁과 번영하는 시대를 만들었다.

유능함과 감동성을 겸비한 인재의 발탁을 위해서는 반대편까지 포함하는 ‘폭넓은 인재 풀’의 운용이다. 중국인들은 “권력의 행사는 태극권을 하듯이 해야 한다”고 말한다. ‘부드러움 속에 강함이 있다’는 뜻이다. 19세기 후진국 일본은 유럽을 따라잡기 위해 유럽의 전문가를 장관 급여의 수배의 고액 연봉을 주고 채용했다.

현재 세계적인 대기업은 국내, 국외 구분 없이 유능한 인재 발탁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우리는 과거의 실패한 역사에서 반면교사를 삼아야 한다고 입으로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역사의 교훈을 이행하지 않는 점을 오히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겠다. 인사권은 백지수표가 아니다. 중용과 절제가 필요하다.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관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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