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부터)와 배현진 최고위원,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이 혁신위원회,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추천 등 당내 현안을 놓고 연일 충돌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당 일각에선 ‘친윤 그룹’ 의원으로 꼽히는 배 최고위원이 친윤계와 대립각을 세우는 이 대표 견제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배 최고위원은 이 대표를 겨냥해 ‘이준석 사조직’, ‘자기 정치’, ‘졸렬’ 등 날선 발언을 내놓고 있다.
두 사람 간 갈등의 발단은 이 대표가 혁신위 의제로 띄운 공천 개혁이다. 배 최고위원은 지난 13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를 향해 “혁신위가 자잘한 사조직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어느 국회의원이 참여하겠다고 나서겠느냐”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지난 2일 최고위에서 혁신위 설치를 논의할 때는 공천 개혁이 의제로 거론되지 않았다가 추후 상의 없이 의제를 결정했다는 취지의 문제제기였다.
배 최고위원은 다음날 공개적으로 “아직 출범하지 않은 조직인데, 여러 의제가 공개돼버렸다”며 “이미 판을 짜놓고 (출범하게 돼서) 인사를 추천하기가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이어 “공교롭게 이 대표가 그 전날 자기 정치를 제대로 보여주시겠다고 한 일성과 혼재되는 바람에 이 대표가 자기정치를 혁신위를 통해 하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들이 좀 있었다. 그런 소지가 있었기 때문에 이 대표께 주의해달라고 최고위원으로서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이 대표 역시 배 최고위원의 주장을 ‘유튜버 수준의 담론’이라고 맞받아쳤다. 그는 지난 15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진석 국회 부의장의 가장 큰 실수가 이준석을 비판하려고 뜬금없는 정미경 최고위원을 저격하고, 최재형 의원을 이준석계 ‘쫄따구’로 만들었다”며 “배 최고위원도 똑같은 실수를 한 거다. 혁신위를 광범위하게 지적해버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고위원들이 한 사람씩 추천해서 꾸리는 혁신위인데, 그걸 ‘이준석 사조직’ 이렇게 해버리면 유튜버들이 하는 수준의 담론인데 (배 최고위원이) 왜 이렇게 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혁신위원 추천권을 가진 배 최고위원이 김민수 전 분당을 당협위원장을 추천한 것도 이 대표를 저격한 것이란 평가가 많다. 앞서 배 최고위원은 초선인 정희용 의원을 추천했지만 정 의원이 고사하면서 추천에 난항을 겪다가 김 전 위원장을 추천했다.
분당을 지역구는 앞서 정미경 최고위원의 지역 조직위원장 내정으로 논란이 일었던 곳이다. 이 대표와 공개 설전을 벌인 정 부의장은 이 대표와 정 최고위원을 동시 겨냥해 “(이 대표가) 지도부 측근에게 ‘당협 쇼핑’을 허락하면서 공천 혁신 운운은 이율배반적이지 않느냐? 묻는 이들이 많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왼쪽)이 지난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조금 늦게 도착한 이준석 대표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고 있다. [연합]
이러한 갈등 양상을 보여주듯 지난 16일 최고위에서 이 대표가 배 최고위원과 ‘노룩 악수’를 하는 모습이 주목되기도 했다. 당시 배 최고위원은 회의에 늦게 도착한 이 대표에게 악수를 위해 손을 내밀었는데, 이 대표는 배 최고위원을 바라보지 않고 손만 살짝 내밀었다.
두 사람은 이날 최고위에서도 충돌했다. 배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자기 정치’를 겨냥, 회의 공개발언을 통해 “여기 있는 어느 누구도 ‘자기 정치’를 위한 어떤 의도를 혁신위에 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비공개 회의에선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추천 관련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 대표가 ‘2명 추천’을 고수하는 안 의원에 대해 “땡깡부린다”고 표현하자 배 최고위원은 ‘최고위 정수가 짝수이면 안 된다는 조항은 없다’는 취지로 “저희가 생각해도 졸렬해 보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 최고위원이 비판 수위를 높이는 건 친윤 그룹과 대척점에 선 이 대표에 대한 견제구라는 관측이 나온다. ‘홍준표 대표’ 체제에서 정치에 입문한 배 최고위원은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의 측근으로 꼽히곤 했다. 그러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김은혜 전 의원에 이어 당선인 대변인을 맡으며 ‘친홍계’라는 인식이 흐릿해졌다는 평가다. 또, 당내 ‘계파정치’ 논란을 빚었던 공부 모임 ‘민들레(민심 들어볼래)’의 주요 멤버로 거론되면서 이제는 친윤 그룹으로 분류되는 모양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배현진 의원 등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8회 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방송을 시청하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
배 최고위원과 이 대표의 갈등을 ‘친윤 vs 비윤’ 대립 구도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배 최고위원이 인수위 대변인을 거쳤다고 해서 친윤이라 말하기는 무리가 있다”며 “친윤 편에 서서 이 대표를 비판하는 것이라면 배 최고위원이 혁신위 구성 초반에 정 의원을 추천했겠나”고 말했다.
이어 “혁신위에 대해 이 대표의 ‘자기 정치’라는 말이 나오는 것 자체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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