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의 금리 고통을 틈탄 은행권의 ‘이자 장사’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은행들이 중도상환수수료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대출금리 인하, 예·적금 금리 인상 등의 카드에 이은 것이다. 금리 인상기에 차주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만큼 중도상환수수료를 조정해 자금 활용의 자율성을 주고, 대환을 보다 손쉽게 해야 한다는 취지다.
4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가계 대출에 적용하고 있는 중도상환수수료율은 통상 0.5~1.5% 안팎이다. 기업 대출의 경우 이보다 조금 더 높은 2%까지를 적용하는 중이다.
중도상환수수료란 약속한 날짜보다 앞서 차주가 대출금을 갚을 때 원금에 덧붙여 내야 하는 돈을 말한다. 약속 불이행에 따른 일종의 벌금 성격으로 통상 3년 내 다른 대출로 갈아탈 경우 기간에 따라 수수료를 계산해 적용된다. 차주들 입장에서는 조금 더 싼 대출로 바꾸고 싶어도 중도상환수수료까지 고려하면 실익이 없어 이를 망설여왔다.
은행들은 고객이 대출금을 먼저 갚을 경우, 정해진 자금 운용 계획이 틀어지고 담보대출의 경우 근저당권 설정비 등을 부담하기 때문에 중도상환수수료 수취나 요율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은행 내에서도 중도상환수수료에 대해서도 손질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벌어진 예대금리차를 활용해 은행들이 수익을 내는 상황에서 중도상환수수료를 낮춰 서민 부담을 덜어야한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기준 예금은행의 대출 잔액 기준 총수신(예금) 금리는 1.08%, 총대출 금리는 3.45%였다. 예대마진이 총 2.37%포인트 수준으로 2014년 10월 이후 가장 크게 벌어진 상태다. 이에 힘입어 올 상반기 은행권 실적 또한 또 다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등에 따르면 상반기 4대 금융지주의 순이익은 9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금융당국, 정치권에서는 은행권의 이자 장사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열린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금리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고 있지만, 금리 상승기에는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이자장사에 대해 날을 세웠다.
같은 달 28일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민생물가안정특위 회의를 통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만 올려도 대출이자 부담이 6조7000억원 이상 늘어난다”며 “금융기관들이 예대마진에 대한 쏠림 현상이 없도록 자율적으로 참여해줄 것을 간곡하게 부탁한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이미 인터넷전문은행은 중도상환수수료를 없앤 상태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말까지 차주가 원리금을 대출 만기일보다 앞당겨 갚을 경우 중도상환수수료 전액을 면제해준다. 케이뱅크 또한 전세 대출에 중도상환수수료를 두지 않아 언제든 부담 없이 중도상환이 가능하다.
A사 금융지주 회장은 “아직 금융당국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금융위원장이 무사히 선임된다면 대출 부담을 추가로 낮추기 위한 카드로 중도상환수수료율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권이 정책 움직임을 고려해 이미 생각은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은 최근 대출상품 금리를 인하하는 등 취약차주들을 위한 움직임에 나선 상태다. 신한은행은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자금대출 상품의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각각 최대 0.35%포인트, 0.30%포인트 금리를 인하하고, 취약 차주(대출받은 사람)를 대상으로 하는 금리 인하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취약 차주 프로그램의 세부 내용을 보면, 신한은행은 지난달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5%를 초과하는 차주에게 초과분에 대한 금리를 향후 1년간 일괄 제공한다. 또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하는 차주를 대상으로, 연 0.2%에 해당하는 이자를 1년간 대신 부담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중도상환수수료는 은행들이 알아서 할 부분이라 당국이 간섭하지는 않고 있다”면서도 “서민 부담을 내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하는만큼 이를 고려하고 있다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서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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