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쇼크’ 정점 아니다…뛴 공공料 반영 땐 7% 위협 [브레이크 없는 물가]
2022-07-05 11:13


국제유가 급등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 코로나19 이후 일상회복 등의 영향으로 6월 소비자물가가 6%대로 치솟으며 외환위기 이후 약 2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며 국민의 경제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배추를 살펴보고 있다. 임세준 기자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기록했다. 공공요금 인상분을 반영하지도 않았고,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기도 전에 약 24년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게다가 3분기엔 역기저 효과도 사실상 없다. 지난해 7~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대다. 10월이 돼서야 3%대를 기록했다. 6%란 숫자가 정점이 아닌 인플레이션의 또 다른 시작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서민경제에 직접 타격을 주는 밥상물가 위주로 상승세가 지속돼 가계 고통은 더 가중될 전망이다.

5일 통계청의 2022년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물가상승은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가 견인했다. 두 품목의 기여도는 각각 3.24%포인트, 1.78%포인트로, 합계 5.0%포인트를 차지한다. 공업제품은 유가상승과 공급망 불안 등 최근 일어나는 전반적인 공급 요인이 이끌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개인서비스 기여도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유류와 식재료 등 비용 상승과 거리두기 해제로 수요가 살아나며 물가 압력이 심해지고 있는 셈이다. 7~8월 휴가철엔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질 수 있다.

실제로 외식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8.0% 상승했다. 생선회(외식) 가격이 10.4%, 치킨 가격이 11.0% 올랐다. 음식 및 숙박 물가는 7.9% 상승했다.

공급 측 요인도 여전하다. 경유는 50.7%, 휘발유 31.4%, 등유 72.1%, 자동차용 LPG 29.1% 올라, 두 자릿수 등락률을 보였다. 농축수산물 물가도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해 돼지고기 18.6%, 수입쇠고기 27.2%, 포도 31.4%, 배추 35.5%, 닭고기 20.1%, 수박 22.2%, 감자 37.8%를 나타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여전히 공급 측면 상방 압력이 높은 것은 확실하고, 상승폭도 확대됐다”면서도 “개인서비스 오름세도 확대돼 수요 측면 요인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서비스 가격오름세도 유류비, 사료비 인상과 같은 농축수산물 가격상승을 내포한 상태에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인플레이션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시계열로 보면 지난해 7월 물가상승률은 2.6%다. 8월도 2.6%, 9월은 2.4%를 기록했다. 6월도 2%대로, 2.3%다. 3%대 물가를 기록하는 시점은 10월(3.2%)다. 즉 10월까지는 역기저 효과가 없다. 3분기 공급 측 물가 상방 압력이 기적적으로 해소되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물가상승을 피할 수 없다.

공공요금 인상 여파도 배제할 수 없다. 7월부터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동시에 오른다. 전기·가스·수도요금 물가상승률은 6월에도 이미 9.3%를 기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스티커 쇼크와 과잉 대응’이라는 보고서에서 “기저효과를 고려할 때 물가상승률 정점은 6~8월 중일 가능성이 크지만 이후 수요 측 물가상승 압력이 가세할 경우 정점 형성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어 심의관도 “전월비 물가상승률이 0.6~0.7%를 보이고 있는데 단순계산하면 이 같은 상승률이 1년 동안 이어졌을 때 물가상승률은 8.2%”라며 “현재 연평균 상승률은 4.7%로 나타나는데 전월비 0.7% 상승률이 이어지면 올해 물가상승률은 5%를 넘는다”고 설명했다.

물가가 급등하면서 서민이 느끼는 고통은 더 심화될 예정이다. 5월 기준 경제고통지수는 올해 8.4포인트로, 2001년 5월(9.0포인트)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고통지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의 합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6월 이후에도 물가급등의 영향으로 경제고통지수가 높은 수준을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며 “실업률이 크게 변동하지 않는 지표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경제고통지수의 최고치 기록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태화 기자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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