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노광장비 中에 팔지마라’ 네덜란드에 압력”
2022-07-06 09:06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만든 노광장비가 설치된 컨테이너가 해외 수출을 위해 항공기에 실리기 직전의 모습이다. ASML은 반도체의 기본인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노광장비 분야에서 압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ASML 홈페이지]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미국은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반도체 생산의 핵심적인 설비를 중국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네덜란드 정부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소식통을 인용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반도체 생산에서 세계적 리더가 되려는 중국의 계획을 저지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네덜란드가 미국의 제안에 동의하면 중국 판매가 막히는 반도체 생산 장비의 범위·등급이 늘어난다. 중국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1~2위 업체 SMIC·화훙(華虹)반도체 등에 큰 타격이 된다는 분석이다.

보도에 따르면 미 관리들은 ASML이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중국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네덜란드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DUV 노광장비는 불화아르곤(ArF)을 광원으로 사용해 반도체의 원재료인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데 쓰인다. 가장 앞선 기술이 적용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보단 한 세대 뒤진 것이지만 자동차·휴대폰·컴퓨터에 필요한 반도체를 만드는 데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ASML은 이 노광장비 분야 세계 최고 기업이다. 중국이 이 회사 제품을 쓰지 못하면 중요한 전자 부품을 더 자급하려는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다.

돈 그레이브스 미 상무부 부장관은 지난 5월말~6월초 공급망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네덜란드와 벨기에를 방문했을 때 아인트호벤에 있는 ASML 본사를 찾았고,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와 DUV 노광장비의 중국 수출 금지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네덜란드 정부는 노광장비의 대(對) 중국 수출 추가 제한에 아직 동의하지 않은 상태다. ASML은 정부의 수출허가를 받지 못해 대당 약 1억6000만유로에 달하는 EUV 노광장비를 이미 중국에 팔 수 없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ASML 대변인은 “논의는 새로운 게 아니다”라며 “결정은 나지 않았고, 루머에 대해 추측하거나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중국과 무역 관계를 재고하는 걸 반대한다고 지난달 말했고, 유럽연합(EU)이 중국에 대한 자체 정책을 개발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네덜란드에 중국은 독일·벨기에에 이은 세번째 교역국인 점을 감안해 중국과 관계에 신경을 쓰는 것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ASML의 지난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14.7%다.

ASML은 DUV 노광장비가 이미 성숙한 기술이어서 중국 고객사에 판매를 금지하는 걸 반대한다고 베닝크 CEO는 올해 초 말했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이 만든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새기고 있다. [ASML 홈페이지]

반도체 장비가 중국으로 가는 걸 막으려는 미국의 움직임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 행정부 때부터 시작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업체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램리서치 등 주요 미 업체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특정 최신 제품을 SMIC에 판매하는 게 금지됐다.

존슨 왕 대만경제연구소 애널리스트는 “노광장비는 중국이 반도체 생산과 관련해 교체하기 가장 어려운 장비”라며 “해외 DUV 노광장비에 접근하지 못하면 중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은 멈출 수 있다”고 말했다.

미 관리들은 일본의 니콘에도 같은 기술을 가진 장비를 중국 반도체 업체에 납품하는 걸 중단토록 일본 정부에 압력을 가하려 한다고 알려졌다.



hongi@heraldcorp.com



랭킹뉴스


COPYRIGHT ⓒ HERALD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