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칼럼] 우주, 다음은 심해다
2022-07-07 11:31


가슴이 벅차올랐다. 6월 21일 오후 4시,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하늘로 힘차게 솟구쳤다. 15일 발사대에 세워졌다가 액체산소 탱크 압력 센서의 결함으로 재정비에 들어간 지 6일 만이다. 우리 기술로 만들지 않았다면 결함을 찾아 고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약 10년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우주센터를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를 만드는 데 우주개발 선진국인 러시아 기술에 의존했다. 센터를 방문했을 때 발사체를 조립하던 러시아 기술자들이 휴가를 가면서 우리나라 과학기술자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잠금장치에 봉인을 해놓았고 CCTV도 설치했다. 우리 기술자들이 발사체 조립 기밀을 몰래 빼갈까 우려해서다. 그런 상황에 마음이 많이 아팠다. 당시 우리가 독자적으로 발사체를 만드는 기술이 없어 겪은 수모였다.

바다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있다. 외국에서 도입한 무인잠수정에 문제가 생기면 제조국 기술자가 와서 수리할 때까지 손 놓고 세월아 네월아 그들의 스케줄을 따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우리가 우리 기술력으로 만든 잠수정 경우는 달랐다. 우리가 만든 6000m급 심해 원격조종 무인잠수정 ‘해미래’를 가지고 북서태평양 해저분지를 탐사할 때의 일이다. 무인잠수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자 밤새 수리해 다음날 탐사를 재개했던 적이 있다. 해미래를 만든 우리 기술자들이 같이 있었기에 현장에서 결함을 수리해 탐사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기술 자립이 필요한 이유다.

누리호가 시야에서 점점 멀어지면서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성공을 간절히 빌었다. 1단 로켓이 분리되고, 페어링이 분리되고, 2단 로켓이 분리되고, 검증위성과 위성 모사체 분리까지 모든 과정이 성공적이었다. 목표 고도 700㎞에 계획했던 속도로 도달하면서 대한민국은 자국 발사체를 이용해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린 일곱 번째 국가가 됐다. 감격의 눈물이 저절로 맺혔다. 검증위성은 남극 세종기지와 위성교신에 성공하며 존재감을 알렸다. 남극 세종기지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에서 운영하고 있다. 누리호의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앞으로 독자적으로 우주를 개발할 능력을 갖추게 됐다.

우주 개발은 인류 미래를 위한 자원이나 삶터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보다 우주 개발을 통해 얻은 첨단 기술이 산업이나 국방 분야에 미치는 활용 파급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더 필요하다. 많은 미래학자들이 예견하듯이 인류의 미래는 바다에 달려 있다. 바다는 자원의 보물창고이자 지구 생명체가 태어난 고향이며 육지 못지않은 인류의 생활공간이다. 우리가 필요한 자원은 우주보다 바다에서 얻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해양 개발을 통해 얻는 기술 역시 파급 효과가 크다.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우주로 솟아올랐듯 이제는 심연으로 내려갈 수 있는 심해잠수정 개발에도 눈을 돌릴 때다. 우리나라 주변에는 해양강국이 모여 있다. 우리를 둘러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은 심해를 탐사할 수 있는 심해 유인잠수정을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중국은 해양굴기 기치 아래 뒤늦게 해양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지금은 발 빠르게 선두자리 입지를 굳히고 있다. 해양강국 사이에서 우리의 해양주권을 지키고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 상황에서 현명하게 바다를 이용하려면 해양 개발기술 확보가 중요하다. 바다 중에도 우주처럼 인류가 접근하기 어려운 심해와 대양으로의 도전을 시작할 때다. 우주 다음은 심해다.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장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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