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 두려워 나라 뜬다”…우크라戰 이후 병역 기피 러 남성 늘어
2022-07-10 06:01


러시아 군인들이 지난 5월 9일(현지시간) 수도 모스크바에서 제 75회 전승 기념일 퍼레이드에 참석해 행진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유혜정 기자] 지난 2월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4개월을 넘긴 가운데, 군 복무를 거부하는 러시아의 젊은 남성들이 자국을 떠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군 복무를 피하기 위해 러시아를 떠난 7명의 젊은 남성과 인터뷰한 내용을 보도했다. 러시아는 18~27세 남성에 대해 1년간의 의무복무를 요구하는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일부 변호사와 인권 단체의 말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병역 기피를 하려는 젊은 러시아 남성의 수가 급증했으며, 러시아 사회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전했다.

러시아에서 병역 기피를 하게 되면 벌금 또는 최대 2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로이터통신과 인터뷰를 진행한 22세 러시아 남성 다닐라 다비도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난 지 몇 주 만에 자신이 살던 곳인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떠났다고 밝혔다.

카자흐스탄으로 간 그는 “우크라이나와 갈등이 계속되면서 나와 같은 젊은 세대를 징집할 것 같았다”며 “전쟁이나 감옥에 가고 싶지 않아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에서 일자리를 구할 기회가 있어 운 좋게 출국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다비도프는 “러시아를 매우 사랑하고 그리워하지만 언제 돌아갈지 모른다”고 토로했다.

27세 남성인 표도르 슈트렐린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해 2월 말 러시아를 떠났다. 현재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에 머무는 그는 지난해 근시안 판정으로 군 면제를 받았지만, 일방적인 징집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떠났다고 털어놨다.

자신의 이름을 키릴로만 밝힌 26세 남성은 지난 4월 소집영장을 받았지만 응답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인들은 형제와도 같다. 나는 러시아 정부의 전쟁행위를 지지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징집병이 참전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밝혀왔지만,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3월 초 징집병이 전쟁에 동원됐다고 인정했다. 러시아 법은 징집병의 러시아 국경 밖 군사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인터뷰한 익명의 변호사와 인권 단체에 따르면 최근 몇 달간 많은 젊은 러시아인들이 복무 연기와 관련한 법률 지원을 요청해왔다. 특히 수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주요 도시의 젊은 세대들이 많이 찾아왔다고 이들은 전했다.

무료 법률 자문을 제공하는 단체 ‘릴리스(Release)’의 드미트리 루트센코 대표는 병역 기피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텔레그램 그룹의 회원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800명 이상 늘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 200명이었던 회원 수가 1000명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대체복무에 대한 문의도 쏟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시민단체 ‘시티즌.아미.로(Citizen.Army.Law)’에 따르면 대체복무에 대한 문의가 지난해 40여건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400여건으로 급증했다.

시티즌.아미.로의 대표 세르게이 크리벤코는 “많은 사람이 두려워한다. 그들은 전쟁에서 싸우고 있는 군대에 입대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 동맹국은 러시아가 약 1만5000명의 병력을 잃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3월 말 이후 공식 사상자 수치를 업데이트하고 있지 않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가 징집병을 더 모집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지난 5월 푸틴 대통령은 입대를 희망하는 사람의 상한 연령을 40세로 제한하는 법안에 서명하기도 했다. 당시 의회 의원들은 첨단 군사장비와 엔지니어링과 같은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yooh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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