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휘발윳값이 더 싸다” 바이든 속 긁은 멕시코 대통령
2022-07-13 08:34


조 바이든(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백악관 집무실에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있다. [AP·로이터]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미국과 멕시코 정상이 12일(현지시간) 서로의 아픈 곳을 찔렀다. 냉랭했던 관계를 풀자는 취지로 만났는데 거리를 좁히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선공은 멕시코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날렸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미국을 방문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만나 자국 휘발윳값이 미국보다 저렴하다고 자랑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휘발유) 가격이 내려갈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국경 근처에 사는 미국인이 멕시코 쪽에서 더 싼 가격에 기름을 넣을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고(高)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지지 기반이 약화하고, 그 중심엔 고공행진하는 휘발윳값이 있다는 점을 모를리 없는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대놓고 속을 긁은 셈이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 휘발유 가격은 현재 갤런당 평균 4.66달러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지난달 사상 처음 5달러를 넘겼던 데서 안정세를 보인 것이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멕시코에선 휘발유가 갤런당 3.12달러라고 했으며, 캘리포니아·애리조나 등 접경 지역에 기름을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은 이민·인신매매 등의 문제에 대해 양국 관계의 강점을 보여주려고 이번 회담이 마련됐다고 언론에 설명했는데, 정상간 불일치가 드러났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미국에 취업 비자 확대를 요청하면서 중국을 언급해 바이든 대통령을 자극하기도 했다. 멕시코인 대상 비자를 확대하면 미국 내 노동력 부족 문제가 풀리고, 생산을 촉진해 미국이 세계의 공장이 된 중국과 더 잘 경쟁할 수 있게 도울 수 있다는 식이었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의 집무실에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과 회담을 하면서 기자들에게 얘기를 하고 있다. [로이터]

바이든 대통령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자신이 취임한 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주요 경제국이며 850만개 일자리가 생겼고, 임금이 올랐다는 등 성과를 거론했다. 그는 특히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아니라 우리가 세계의 공장”이라고 받아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민 문제에 대해서도 미 의회가 분열돼 관련 법을 개정하는 게 쉽지 않다는 식으로 넘겼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날 미국이 중앙아메리카보다 우크라이나 지원을 우선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앞서 지난달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미주정상회의에 불참했다. 미국이 쿠바와 베네수엘라, 나카라과 정상을 민주주의와 인권 문제를 이유로 초청하지 않은 점에 불만을 표한 것이었다.

미국에서 23년만에 열리는 회의인 데다 바이든 대통령이 중남미 지역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재확인하려던 자리에 멕시코가 빠지면서 반쪽 행사가 됐다는 지적이 나왔고, 두 나라간 균열은 메워지지 않는 형국이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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